"고립" 보다는 "독립"이…-중공의 23차 소 공당대회 보이코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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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29일의 제23차 소련 공산당 전당대회를 닷새 앞두고 중공이 불쑥 대회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파국만은 피해왔던 국제공산주의 운동이 실질적인 분열의 위기로 바싹 다가섰다. 중공은 2월 24일자 소련 공산당 중앙위의 대회참가 초청에 대해 이를 원칙적으로 수락한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그래서 이번 23차 전당대회는 말하자면 공산주의 세계의 지도권이라는 「챔피언·쉽」을 놓고 소련과 중공이라는 양웅이 상박하는 일대 결전의 무대가 될는지도 모른다고 기대해왔다.
여기서 중공은 돌연 전술을 바꾸어 전당대회 자체를 「보이코트」하고 수정주의 소련을 비난함으로써 소련 공산당대회의 권위를 부인하는 기선을 제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밤 북평서 발표된 중공의 대회 불참의 표면적인 구실은 소련이 대회를 앞두고 세계의 공산당에 중공을 호전적인 사이비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 낙인찍는 문서를 돌리는 걸로 보아 전당대회는 파쟁의 무대밖에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공의 불참 원인은 이런 표면적인 명분보다는 더욱 깊고 심각한데 있음을 감출 수는 없는 것 같다.
우선 소련은 이번 대회서 「브레즈네프」 당 제1서기가 제출하는 「공산주의 발전에 관한 보고서」 및 「코시긴」수상의 제8차 5개년 계획과 농공업 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토의, 승인한 뒤 국제 공산주의 운동에 관해 토의를 진행시킬 작정이었다.
이 문제는 자연히 「스탈린」주의에 대한 재평가에서 출발하기 마련이지만 「스탈린」 재평가라는 것도 「후르시초프」시대 이래 진흙탕에 뒹구는 이 망령의 전면적인 복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후르시초프」 실각 및 「브레즈네프」·「코시긴」「팀」집권의 정당화의 테두리 안에 맴돌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짐작컨데 중공은 일단 대회 참가 초청을 원칙적으로 수락해놓고 「스탈린」재평가의 역풍을 이용할 가능성을 저울질해 봤는지도 모른다. 이때 중공의 목전에 부각된 스스로의 「중공상」은 지난해 6월과 11월 「알지에」의 「반둥」예비회의서의 경우 같은 고립된 입장이었을 것이다.
밖으로 「옹크루머」·「수카르노」·「벤·벨라」같은 「전우」를 잃은 중공은 「쿠바」의 「카스트로」로부터의 욕설을 감수해야했고 지정학적 조건에서라면 무조건 중공의 후견 밑에 안주해야할 북한과 월맹이 최근에는 「모스크바」의 「투블」의 자력에 끌려가고 있다.
중공의 불참 선언을 따르는 공산당은 「알바니아」와 「뉴질랜드」뿐이라는 사실 하나로써는 중공이 이번 대회에서 소련에 정면으로 맞서 그 영도권에 도전하여 대세를 휘어잡기에는 역부족임을 안다.
전술 전환을 한 중공은 29일부터 「모스크바」서 들려올 소련의 일방적인 「삿대질」을 한 몸에 받으면서 계속 소련 공산당대회의 권위 부정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폴란드」·「불가리아」·「루마니아」 등이 공산주의 세계에서의 중공의 파문에만은 반대하고 있는 한 소련의 중공 규탄에도 한계가 있다고 봐야겠다.
따라서 공산주의 운동의 완전 결렬이라는 것도 중공에 의한 제2의 세계 공산당대회의 소집을 위한 공작의 형식으로 나타날는지도 모른다.
월맹과 북한은 대회 참가여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데 월남전의 성격으로 보아 호지명 입장이 누구보다도 난처함은 물론이다.
특히 중·소의 파국으로 소련을 통한 미국의 우회적인 월남 평화공세는 전망이 더욱 어두워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점에 관한 한 그 열쇠는 월맹이 이번 대회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달렸다.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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