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명성황후와 대한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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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석.강신재의 역사소설이 재간되고 만화책 버전도 나오는 등 '명성황후 신드롬'은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신간 『명성황후와 대한제국』에 새삼 주목하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의미있는 노작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책은 효형출판이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이라 할 만한 의궤(儀軌)의 현대화 작업을 통해 대중적 역사학술서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는 세번째 기획물이기도 하다.

서울대 규장각 전 관장인 한영우 교수가 쓴 이 책엔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2년2개월 만에야 장례식이 거행된 내력과 그 웅장했던 행사 모습이 반차도(班次圖.의식에서 문무관료나 참가자들의 늘어선 차례를 보여주는 그림) 등의 천연색 도판들과 함께 생생히 드러난다.

먼저 1부는 인현왕후의 피가 흐르는 명성황후의 가계에서부터 대원군과의 세력다툼, 일본 정부의 치밀한 음모에 의한 비극적 죽음, 그리고 국장이 다섯 번이나 연기된 끝에 대한제국의 성립으로 '황후'로 승격된 뒤에 치르게 된 과정 등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14년간 우리 역사에 존재했으면서도 '국가'로서 인정받지 못해온 대한제국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종과 황후는 개화와 척사의 균형,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대원군 등 국내세력과 일본의 견제를 받았으며, 사랑하는 아내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황후의 처참한 죽음을 딛고 '자주독립'의 결의를 보여주고자 한 고종의 시도가 바로 대한제국의 성립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명성황후 시해의 진실을 밝힌다』(지식산업사)를 출간한 한양대 최문형 명예교수의 시각과 상통하는 것이다.

2부는 『명성황후국장도감의궤』.『홍릉산릉도감의궤』.『빈전혼전(殯殿魂殿.각각 시신과 위패를 모시는 곳)도감의궤』.『홍릉석의중수도감의궤』 등 네 종류나 되는 관련 의궤들의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면서 국장과 홍릉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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