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증파와 대미 신뢰감|홍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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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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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우리국회는 제2차 월남파병문제를 에워싸고 종래에 보기 드문 심각한 토론을 해 왔다. 여당이라고 해서 그 전부가 정부의 제안을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또 야당이라고 해서 그 전부가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각각 독립된 국회의원의 책임에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하여 열심히 있는 힘을 대하여 답변하고 있다.
신문에서도 여러 가지 각도로 국회의 토론을 보도·분석할 뿐 아니라 국민의 여러 방면의 의견을 들어 국민적 토론을 전개하도록 힘쓰고 있다.
파병안이 어떤 결정을 보게되건 국가의 기본정책인 국방·외교의 중요한 문제를 내걸고 이처럼 다각적으로 열심히 토론하고 있다는 일은 당연한 일이면서도 우리국회의 기능을 위하여 자못 미더운 일인 것이다. 이러한 토론은 미국에서도 심각하다.
여·야를 말할 것 없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는가 하면 여론기관의 논평도 다각적인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체의 방향은 정부의 기정방침대로 나가되 오늘의 월남전쟁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느냐 하는데 목표가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문제는 17도선 이남의 월남에서 「베트콩」을 어떻게 해서 소탕하느냐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배후에서 움직이고있는 중공(중공)세력이 언제까지 동남아세아의 지배를 노릴 것이며, 또 중공이 핵무기(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그때- 대략 2, 3년 후까지 여전히 세계의 공산화를 목표로 도전적일 것이냐, 아니냐 하는 점에 미국측의 신경이 집중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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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우리국회에서 토론되고있는 내용을 듣건대, 그중 두드러지게 국민의 주목을 끌고있는 논점은 미국의 월남정책이 어떤 것이냐, 동남아세아에 대한 전반적 정책의 장래가 어떤 것인데 그러한 정책 속에 한국이 차지할 수 있는 위치는 무엇이냐, 과연 미국의 정책은 우리의 목적과 이익에 일치되고 있느냐 하는 점인 듯하다.
이러한 토론의 내면에 흐르고있는 우리의 국민감정 이란 것을 솔직히 말한다면 미국의 정책이란 것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서 좋다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상당히 깊이 스며있는 것이라고 하여 크게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사람들이 반드시 미덥지 못하다는 것도 아니겠고, 또 그 반면에 한국사람들이 남달리 의심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비교적 담박하다. 한국사람들은 미국을 크게 믿어왔고 오늘도 그 도움을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그 동안의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정책수행에는 허술한 점이 없지 않았다는 표정이 한국사람들의 얼굴에는 뚜렷하다. 왜냐하면 6·25전쟁 때 38선을 넘어서 압록강·두만강가까지 진격할 때는 무엇이고, 그후 중부전선에서 중공군이 지리멸렬했을 때 저들의 휴전교섭을 받아들이던 그런 식의 전쟁은 무엇이냐. 또 2차 대전이 끝날 무렵에 「얄타협정」은 어떤 기초에서 만들어 졌으며 그 결과로 한국의 남북 분단과 만주와 중국 본토의 장래는 어떻게 보았기에 오늘 이 상태를 만들어 놓았는가.
또 한국 전선을 한·미 공동의 적에 대한 공동전선이라고 하면서 그 전선유지를 위한 한·미간의 부담과 희생의 차이도 더 많이 논의되어야 할 것 아닌가. 오늘 월남에 가있는 우리장병에 대한 대우가 월남군인들에 비하여 좋지 못하다는 점도 한국국민들의 심정에는 자못 못마땅한 것이며 따라서 이런 것도 미국정책의 한국에 대한 가장 허술한 점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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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체의 방향은 제2차의 월남파병은 오늘 이 마당에서 아니치 못할 것으로 기울어질 정세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은 것이다. 오늘의 경우에는 현재의 휴전선을 어떻게 안전히 지켜나가며, 미국의 보다 나은 군사적 지원을 어떻게 더 받아서 더 효과있게 유지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래에 있을 것이다.
월남문제가 앞으로 언제, 어떤 형태로 끝장이 나며 그때에 우리나라가 차지할 수 있는 위치와 지위가 어떤 것이겠느냐, 아니 그때 우리의 남북통일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것 등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거니와 오늘 미국의 월남전쟁의 처리가 동남아세아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요, 동남아세아의 위협이 「중공」의 팽창과 도전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 때, 그 어느 시기에 북월남의 호지명이 저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월남전쟁은 상당히 시일을 끌 것이고 또 확대될 것이다. 그러는 중에 중공도 핵무기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중공이 과연 3차대전도 각오하고 싸운다고 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소련처럼 평화공존의 간판을 내걸 것인지, 그 무엇이 될 것인지 지금 판단키는 어려우나 우리의 지리적 환경과 국제관계는 결코 평탄치 않다는 점을 깊이 가슴에 새겨 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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