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도 있다…누군가 나를 엿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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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사건1=2004년 3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모 정당의 A지구당은 발칵 뒤집혔다. 지구당 간부들이 비밀리에 모여 마련한 전략회의 장면과 회의 자료가 통째로 경쟁 정당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경쟁 정당에 매수된 간부 한 명이 동영상 저장이 가능한 휴대전화로 회의 장면을 찍어 상대에게 넘긴 것이다. 더욱이 이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파됐다.

#사건2=회사원 B씨(29)는 인터넷 화상 채팅을 즐긴다. 총각인 그는 퇴근하면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얘기를 나눈다. 좀더 재미있는 화상 채팅을 하고 싶어한 그는 채팅으로 꽤 친숙해진 상대와 '은밀한' 부분들을 보여주며 야한 얘기를 나눴다.

며칠 뒤 그는 자신과 상대방의 '화끈한' 화상 채팅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것을 알고는 뒤로 자빠질 뻔했다.

위의 두 사건은 본격적인 화상시대를 맞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동영상 휴대전화와 인터넷 화상전화.캠코더 등의 보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다양한 영상 생활이 가능해졌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사생활 보호와 음란물 배포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은밀하게 행해졌던 몰카(몰래카메라) 촬영이 휴대전화로도 얼마든지 가능해진 것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부 기관에 들어가거나 회의를 할 때는 휴대전화를 맡겨두고 가야 할 것"이라면서 "통신기기의 발달로 사생활 보호와 비밀 유지가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사생활 침해를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대화 내용이 아니므로 불법 도청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 개인의 인적사항이나 신용정보가 아니므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다루기도 어렵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적인 내용이 유출됐을 경우 명예훼손이나 기밀 유출에 따른 업무 방해 정도로 밖에 처벌할 수 없다"면서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란 영상물 배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할 수가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란성 동영상 메일 등은 곧바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망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외국에 설치할 경우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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