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색으로 티 내면 왕초보 … 평상복처럼 입어야 진짜 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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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서 형광색으로 반짝이던 알록달록한 색깔 옷이 변화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스노보드용 의류, 스키 의류에선 형광색과 강렬한 원색이 대세였다. 이랬던 겨울철 레저 패션이 중간색 계열로 변하고 있다. 설원에서 감각을 뽐내려는 사람들은 청바지를 닮은 스노보드·스키용 의류도 찾고 있다. 변화 이유를 알아봤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올 겨울 스키·보드용 의류에서 비중이 커진 중간색 계열 외투를 입은 모델들. 하의는 청바지 소재에 방수 기능을 강화해 멋과 기능성을 살렸다

직장인 이민호(31)씨는 스노보드 경력 10년차다. 겨울철이면 휴가를 내 일주일쯤 스키장에서 산다. 주말도 거의 빠짐없이 서울 근교 스키장으로 향한다. 매니어다. 이런 그가 최근에 선택한 보드복은 청바지다. “스키장 근처 맛집에 가보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한 색상 일색이에요. ‘나 보드 타러 온 사람’이라고 광고를 하는 거죠. 요즘은 이렇게 하기보단 서울에서 주말 멋 내기 의상 정도로 입고 다니는 게 더 ‘고수’처럼 보여요.“ 스키장에서 놀다 밥 먹으러 갈 때만 옷을 갈아입기도 귀찮다는 이씨는 “그래서 청바지처럼 평상복 같은 보드용 하의에도 눈길이 가고 상의도 아주 튀는 색은 가급적 삼간다”고 했다. ‘청바지’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고른 것은 진짜 청바지가 아니다. 청바지와 같은 소재를 써서 외양은 비슷하지만 겉면에 방수 처리가 돼 있다. 보드 전문 의상답게 안감도 방수·투습·통풍·보온 기능이 좋은 것으로 마감돼 있다. 올겨울 청바지 소재로 된 20가지 보드복을 선보인 국내 업체 ‘어반어스’의 김성훈 대표는 “보드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밝은 색상 일색의 기존 스키 의류와 다른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본래 나일론 등 소재에 청바지 프린트가 된 바지를 찾는 소비자들이 종종 있었는데 여기에 착안해 특수 가공한 진짜 청바지 소재로 의류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하의만 일상복 분위기의 청바지로 바뀐 게 아니다. 상의 색상도 달라지고 있다. 보드 전문 복합매장인 ‘스포츠 파크’ 이석문 점장은 “형광색 유행이 한풀 꺾이고 자연스러운 색상의 제품들이 많은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다”며 “보드복 중 절반 정도가 중간 계열 색상”이라고 밝혔다. 레저의류 전문 브랜드인 ‘퀵실버록시’ 한국지사의 김동억 마케팅팀장은 “채도를 낮춰 차분하게 표현한 겨울용 레저 의류가 지난해에는 전체의 12% 정도였는데 올해는 30%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요즘 스키·보드 의류는 스키장에서만 입는 게 아니라 다른 야외 활동에도 적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십만원짜리 보드·스키용 의상을 한두 번 스키장 나들이에서만 입기보단 다른 레저 활동 시에도 활용하려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었단 얘기다.

1 스키장 뿐 아니라 일상 레저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의상으로 꾸민 스키·보드용 패션.
2 형광색 스타일은 전통적인 스키장 패션이다.

 이러다 보니 스키·보드 전문 브랜드가 아닌 곳에서도 이런 고객을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빈폴아웃도어’를 내는 제일모직 심문보 홍보팀장은 “아웃도어 의류의 기본 기능인 방풍·방수·투습 기능이 스키장에서도 발휘되는 것은 당연하다. 스키장 용으로 이런 아웃도어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매장에서도 ‘아웃도어 의류를 스키장에서 입으면 더 멋지다’고 홍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보드 전문 브랜드와 기존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의 경계가 점차 엷어지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트렌드에 맞춰 새 보드복을 고를 땐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퀵실버록시 한국지사의 스포츠마케터 김수영씨는 ‘방수 기능’ ‘체형과 실루엣’ ‘활용도’ 등 세 가지를 유의해서 고를 것을 당부했다. 보드복엔 ㎜ 단위로 방수 기능이 표시돼 있는데 1000~2만㎜가 대부분이다. 수치가 높은 수록 방수 기능이 좋아 외부 습기를 더 많이 차단하고 내부 습기를 빨리 내보낸다. 대개 수치가 높은 제품이 비싼 편인데 “무조건 고가 모델을 고집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고르라”는 게 김씨의 조언이다. 또 요즘 보드복 브랜드에선 일상복과 마찬가지로 보통 실루엣의 ‘레귤러핏’, 허리선이 잡혀 있는 ‘슬림핏’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므로 자신의 체형을 고려해 보드복을 고르는 게 좋다. 하의를 고를 땐 보호장비 착용을 감안해 자신의 사이즈보다 넉넉한 것을 골라야 한다. 첫 구매라면 보드복 매장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옷을 입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활용도는 요즘 트렌드와 같은 맥락에서 강조된다. 김씨는 “1년에 한두 번밖에 못 입을 스타일보다는 스키장 외의 레저 활동에도 적합한 것을 고르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협조=권순창·임현정(모델·비주컴), 마리의 정원(헤어&메이크업), 디씨슈즈, 핀앤핏, 퀵실버, 드래곤, 빈폴아웃도어, 위에스씨, 후부, 문부츠, 시리즈, 데님&서플라이 랄프로렌, 소다, 타미힐피거데님, 어반어스진스, 이뮤, 닉슨, 스노우맥(의류·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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