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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솔로 대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크리스마스 전날 짝이 없어서 옆구리가 시린 남녀들이 전국 도시에서 소위 ‘솔로 대첩’을 개최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만남의 장소에는 남자들만 가득하고 여성보다 비둘기가 더 많았다고 하니 기대를 안고 참석했던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보다 앞서 광화문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들의 유세전에도 ‘광화문 대첩’이란 이름이 붙었었다.

 근래 들어 이처럼 무슨 무슨 대첩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대첩’이 어떤 뜻인지 제대로 알고 쓰는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영화들이 크리스마스 대첩에서 승전보를 울릴지” "삼성과 애플 두 회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1승1패를 기록한 가운데 임박한 일본 ‘도쿄 대첩’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화재가 성탄 대첩에서 대한항공을 완파했다” 등이 그런 사례다.

 ‘대첩(大捷)’은 ‘큰 승리, 또는 크게 이김’이란 뜻이다. 을지문덕 장군이 청천강에서 수나라 군사를 크게 물리친 것이 ‘살수대첩’이요,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의 수군과 싸워 왜군 함선 47척을 격침하고 12척을 나포한 큰 승리가 ‘한산대첩’이다. 근세에 들어서는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대첩’도 있다.

 그러나 앞의 사례들을 보면 대첩을 단순히 전쟁·대전 등의 의미로 생각하고 쓴 것으로 보인다. ‘어떤 영화들이 크리스마스 대승에서 승전보를 울릴지’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덧붙여 ‘승전보’란 ‘싸움에 이긴 경과를 적은 기록’인데 승전보는 전하는 것이지 울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영화들이 크리스마스 대전에서 승전고를 울릴지’로 고쳐야 의미가 통한다.

 “삼성과 애플 두 회사가 임박한 도쿄 대첩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란 예문도 마찬가지다. 1승1패로 팽팽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 회사들이 도쿄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므로 이 경우도 ‘도쿄 전쟁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등으로 고쳐야 한다. “삼성화재가 성탄 대첩에서 대한항공을 완파했다”도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성탄 대첩을 거두었다” 등으로 표현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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