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로테역 김선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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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만약 그런 경우에 빠진다면 차라리 혼자 살겠어요."

뮤지컬 배우 김선경(34) 의 말이다. 그녀는 현재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출연하고 있다. 여주인공 로테다.

김선경에게 '그런 경우'란 로테처럼 약혼자 알베르트와 전광석화처럼 찾아온 사랑의 화신 베르테르와의 사이에 펼쳐진 '금단(禁斷) 의 사랑'을 일컫는다.

김선경은 그럴 경우 차라리 혼자 살겠단다. 어찌보면 깍쟁이 같은 선택이지만 원인 제공자가 '나'인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앞서는 말이다.

김선경은 역할의 분위기보다 훨씬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공주과' 연기를 잘 한다.

각색 과정에서 로테를 밋밋하게 되살려 삼각사랑에 갈등.번민하는 약혼녀의 심리를 잘 드러내지는 못했다. 이것을 일단 각색.연출의 탓으로 돌리고 나면 김선경의 연기에 대해서는 칭찬할 틈이 생긴다.'주어진 제 몫은 다했다'는 이야기다.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연습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물론 그게 핑게가 될 수는 없지요. 공연할 때마다 나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뿐입니다. 아무튼 요즘은 베르테르의 사랑에 빠진 로테의 기분으로 살아요."

김선경은 나이로 보면 뮤지컬계의 '왕언니'다. 한살 많은 전수경과 한살 적은 최정원 등과 함께 뮤지컬 전문배우 1세대다. 그러나 전수경.최정원에 비해서는 뒤늦게 주목받은 대기만성의 배우다. 겨우 어른 손바닥만한 갸름한 얼굴은 단아한 전통 미인형에 가깝다.

김선경의 데뷔무대는 1993년 현대극장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본격적인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공연으로는 98년 공연한 뮤지컬 '드라큘라'를 꼽는다.

아드리아나와 산드라 '1인2역'이었는데, 괴기스런 분위기에 울려퍼지는 청아한 목소리와 창백한 미인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김선경은 총신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뮤지컬 정도를 커버할 가창력은 갖춘 셈인데 평소의 지론대로 겸양과 양보의 미덕이 지나쳐 악바리 근성은 없다는 게 '자기진단'이다. 작품 선정에서도 그런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손해보는 듯 살고 싶어요. 주변에서는 주인공 역만 골라서 하라고 충고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나를 필요로 해서 선택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에서라도 쉽게 출연 요청을 거부할 수 없지요."

그래선지 최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출연 횟수가 많다. 12월에는 신시뮤지컬컴퍼니의 '틱 틱 붐'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1일까지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02-786-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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