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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서 왔어요’소박한 밥상, 전국에 차려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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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원에서 왔어요’ 조합원들. 왼쪽부터 공상훈·현은숙·고광자·허은선·정정은·조용섭씨. 초기 조합원 허씨는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빠졌다. [사진 ‘남원에서 왔어요’]

“우리들의 제품만 모아도 소박한 밥상 하나는 차리죠.”

 조용섭(57) ‘남원에서 왔어요’ 대표에게 ‘밥상 하나’는 ‘시너지’의 다른 말이다. 개별 제품만으로 판로가 막막했던 이들이 모여 종합 제품군을 만들자 판로가 열렸다는 얘기다. 귀농·귀촌한 6명이 만든 영농법인 ‘남원에서 왔어요’가 전북 남원 농촌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27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낸 ‘농어촌 산업화 모델’ 사례집에서 우수 사례로 제시됐다. 시작은 제각각. 지리산을 좋아했던 조씨는 부산은행 등 금융계에서 30년간 근무하다 2008년 지리산 자락 남원에 둥지를 틀었다. 전통 제조법을 이용하되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만들었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농업기술센터에서 같이 교육을 받던 귀농·귀촌인들과 마음이 맞았다. 된장이 주 종목인 고광자(49)씨, 들기름을 짜는 정정은(36)씨, 고로쇠 수액 등을 판매하는 공상훈(33)씨, 유기농 쌀농사를 짓는 현은숙(47)씨가 모였다. 고씨는 암 투병을 하던 시어머니를 모시고 10여 년 전 남원에 왔고, 공씨는 유명 가수의 매니저 활동을 했다. 이들은 ‘꿈꾸는 지리산 농부들’이란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의기투합했다. 조 대표는 “혼자서 하려니 막막했던 판로 개척이 합치니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조합 매출은 올해 1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달 초엔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제안으로 특별 판매전도 했다. 농어촌산업박람회와 대한민국향토제품대전에서 최우수 제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씨는 “‘안락한 전원생활’이란 없다. 농촌에서 또다른 생산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농촌을 계몽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고광자씨는 “귀농 전부터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주말마다 유명 맛집을 다니며 맛 비법을 연구했다”며 “좋아하는 일을 죽기살기로 한다는 생각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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