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결산…기록은 편중, 운영은 방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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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일원에서 펼쳐진 제82회 전국체육대회가 어느 해보다 풍성한 기록잔치를 벌인 끝에 7일간의 열전을 마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신기록 3개, 세계타이기록 2개, 그리고 한국신기록 59개 등의 수확을 거둬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스포츠의 저력이 이번 체전에서 각종 기록달성으로 나타났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은 여전히 세계 정상수준과 엄청난 차이를 확인하며 저조했던 반면 양궁, 역도 등에서만 무더기로 기록이 쏟아지는 편중 현상이 극심했다.

세계신기록은 양궁에서 2개, 사격에서 1개씩 나왔다.

전북도청이 여자일반부 단체전에서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합친 파이널합계(54발)에서 505점으로, 울산남구청이 남자일반부 단체경기(27발)에서 261점으로 각각 비공인 세계기록을 수립했다.

주부총잡이 부순희도 여자일반부 25m권총에서 696.3점으로 금메달과 함께 세계최고기록을 세웠다.

세계타이기록은 모두 양궁의 몫이었다.

기록의 종목별 편중은 한국신기록이 롤러에서 27개, 역도에서 21개가 각각 나왔다는 사실에서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다행히 육상 여자 멀리뛰기에서 김수연이 6m34를 뛰고 사이클에서도 임향준과 박하정이 나란히 한국최고기록을 세워 다소 위안이 됐다.

수영에서도 한국신기록이 1개에 그쳤다.

기록의 특정종목 편중과 아울러 흘러간 스타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쳐 저변이 두텁지못한 탓에 새로운 기대주들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스포츠의 안타까운 현주소를 대변했다.

매년 지적되고 있는 방만한 대회운영도 또 도마에 올랐다.

835개의 금메달을 걸고 2만3천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인데도 이를 1주일만에 소화하려고 하다보니 주최측도 '대회를 잘 진행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대회를 무사히 끝내겠다'는 데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각 시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참가점수를 주기 때문에 이미 은퇴한 선수들이 부랴부랴 팀을 구성, 대회에 참가하는 진풍경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개최 시도에 가산점수 10%를 부여하는 제도 역시 최고 기량을 겨루는 '내셔널 스포츠 페스티벌'로서는 다소 넌센스였다.

전국체전이 명실상부하게 국내 최고의 스포츠 대제전이 되기 위해서는 참가점수를 없애고 뛰어난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량을 겨루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천안=연합뉴스) 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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