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차기 WTO 총장 농민단체 대표와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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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협동조합(ICA) 서울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수파차이 파니차팍 차기 세계무역기구(WTO)사무총장 내정자가 16일 낮 농민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국농민단체협의회(농단협) 등 농민 대표 11명이 참석해 점심 식사와 함께 인삼주를 마시며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내년 9월부터 현 마이크 무어 총장의 뒤를 이어 3년 동안 WTO를 이끌 태국 출신 수파차이 차기 총장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이해를 조화시키며 WTO를 이끌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라운드 협상에서 농업 분야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면서 "한국 농업이 처한 현실이 어렵지만 농산물 수출국가의 모임인 케언즈 그룹과 직접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용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WTO 체제에서 전 세계가 고루 혜택을 받는다고 했는데 실상 우리 농민들은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면서 경쟁력을 잃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농단협 사무총장도 "정부의 허용 보조금을 통해 농촌을 살릴 수 있다는 WTO의 주장도 국가 재정이 넉넉한 선진국의 논리이지 개도국들에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파차이 차기 총장은 "한국은 교역 자유화를 통해 농업 분야는 불리할 수 있지만 자동차.전자 등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며 "한 분야만 주장하기보다 총체적 입장에서 득실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농업 분야에서 인정받는 개발도상국 지위와 관련, "중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중간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만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으로 예정된 국내 쌀 시장 추가개방 협상에 대해서도 "태국이 쌀 수출국이어서 뭐라고 언급하기가 어렵다"면서 "쌀 수출국들이 관세인하와 최소 시장 접근권의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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