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코카콜라 전 영업사원 파타야 여행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21일 오전 서울 코카콜라보틀링 도봉영업소에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마크 클라크 사장(48)이 나타났다. 클라크 사장은 영업사원들과 똑같은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물건을 나르고 슈퍼마켓에까지 배달을 했다. 오후 3시엔 노조 대표들과 만나 노사협상을 시작했다. 이날 협상은 자정을 넘겼다.

결국 노조는 7월 5일 기본급을 6% 인상하는 내용의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임금을 15% 인상하고 음료업체의 최대 성수기인 7월에 17일 동안 총파업을 강행해 회사측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직원들은 "클라크 사장이 부임한 뒤 모든 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제조.유통.판매를 담당하는 호주 코카콜라아마틸에 근무하던 클라크 사장이 한국에 온 것은 지난 4월 초.

클라크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투명성.정직성.공정성을 바탕으로 서로 신뢰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했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면 모든 것을 사원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국코카콜라는 지난 6월 한달 동안 1천8백만상자(한 상자는 2백50㎖짜리 30병)를 팔았다. 1996년 한국에 진출한 후 최대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그러자 클라크 사장의 약속에 따라 이 회사 영업사원 3백51명 전원이 다음달 태국 파타야로 3박4일 동안 해외여행을 간다. 일반 직원에겐 월 급여의 15%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을 이미 전달했다.

클라크 사장은 자신의 승용차(체어맨)를 탈 때에도 항상 운전석 옆자리를 고집한다. 한국시장을 익히려면 많이 봐 두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아무런 연락없이 혼자 영업소나 공장을 방문하는 것도 이젠 직원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41명이던 임원급도 27명으로 줄였다.

특히 12명이던 외국인 임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올해 노사협상이 타결되면서 노조측이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준 경영층에 감사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클라크 사장은 "사원들이 바라는 바를 앞질러서 해주겠다는 생각이 성공한 것 같다"며 "3천명의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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