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비공식 각료회담 폐막…이견조정 실패

중앙일보

입력

세계무역기구(WTO)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WTO 전체회원국 각료회담에 앞서 13-14일 싱가포르에서 21개국 비공식 각료회담을 가졌으나 뉴라운드 출범을 가로 막아온 주요 의제들에 관한 이견 조정에 실패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및 한국 등이 참석한 이번 회동은 그러나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11월 9-13일로 예정된 제 5차 각료회담이 지난 99년 12월 시애틀에서 결렬된 제 4차 각료회담과 같은 내용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고 조지여오 싱가포르 무역장관이 14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여오 장관은 "회담이 매우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열렸다"면서 "참석자들이 상대방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시애틀 회동은 선진-개도권간의 심각한 견해차로 의제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채 결렬됐다.

여오 장관은 미국 테러와 이로 인한 미국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중동 지역인 도하에서 각료회담을 갖는데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면서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를 비롯한 몇개 국가들이 대신 회동을 개최할 수 있음을 "비공식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회피했다.

그는 투자 및 경쟁정책 부문에서 일본과 EU의 입장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뉴라운드 출범시 이 분야의 협상을 개시할지 여부를 확실하게 규정하는 것을 피하는 쪽으로 절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여오 장관은 투자 및 경쟁정책 문제가 이에 관한 협상을 할 준비가 안된 회원국에 강제 적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싱가포르 회담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또 환경보호 부문에서 일부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농업보조금,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이행, 뉴라운드 출범 및 기존 WTO 규정 재고 문제 등 그간 선진-개도권간에 마찰이 빚어져온 분야는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특히 농업보조금의 경우 이를 급속하게 삭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EU, 일본 및한국 등의 입장인데 반해 농업수출국인 케언즈 그룹 쪽은 신속하게 없애야 한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환경보호의 경우 이를 무역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EU의 견해가 공감대를 얻고 있기는 하나 전체 각료회담이 채택하는 선언에는 이것이 `어느정도만' 반영되는 쪽으로 절충이 이뤄질 움직임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이 문제는전체 각료회담 소집전 후속 협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덤핑 문제에서는 특히 일본과 미국간 마찰이 여전한 상황이다. 또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이 WTO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대한 개도권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전체 각료회담에서 이 문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싱가포르 회동에는 이밖에 호주, 브라질, 캐나다, 콜롬비아, 가봉, 홍콩,인도,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파키스탄, 멕시코, 카타르, 남아공, 스위스, 탄자니아등이 참석했다. (싱가포르 교도=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