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아이때의 삶이 계속되는 거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의 에세이집 『'나의 나무' 아래서』(「自分の木」の下で) 는 유년기와 소년기의 경험이, 특히 독서와 같은 지적 훈련이 이후의 삶에 얼마나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차분한 어조로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 스스로 "오랜 작가 생활 동안 처음으로 나는 아이들인 여러분을 향해 한 권의 책이 될 만한 분량의 글을 썼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듯, 이 책에는 성장기 아이들과의 대화를 목표로 한 16개의 에세이가 연작 강의록처럼 짜임새 있게 엮여 있다.

그렇다고 권위에 찬 노작가의 독설이나 고루한 말씀을 연상할 필요는 없다. 첫 장인 '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비롯한 모든 글에 '무섭고 엄한' 아버지의 아들에서 장애아의 아버지가 된 작가의 체험이 살포시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사이사이에 들어간 삽화는 그의 부인이 그린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일본 군국주의 패망 시기에 초등학교를 다닌 저자는 책을 못 사 종이에 옮겨 적어 볼 수밖에 없었던 지독한 가난의 체험과, 우연히 얻은 것마저 돌려주라는 아버지의 엄한 태도를 떠올린다. 사실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을 이런 고난은 그러나 그의 밑거름이었다.

정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첫아들 히카루를 결국 작곡가로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문제는 고통스럽더라도 골똘히 생각해야 한다"는 당시의 지적 훈련이 토대가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체험을 나무에 비유하는 까닭은 삶이 지속되는 한, 삶의 건강함은 그 원형이랄 수 있는 '묘목' 시절의 영양 상태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쩌면 이미 어떻게든 성장한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봐야 할는지도 모른다.

"과학도 산수도 체조도 음악도 자기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시켜나가기 위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배우기 위해 어느 세상에서나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고통스러워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게 될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보십시오. 그 시간 동안 자기가 용감해지고 성장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제1장과 끝 장인 16장을 이렇듯 학교의 중요성과 절대 포기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로 짜놓은 데서 '교실붕괴'와 '원조교제'로 무너져가는 일본 사회(부모) 와 청소년에게 어떻게든 다가가 손을 잡으려 하는 그의 지식인됨을 느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