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 선장 케리, 북한과 대화 나설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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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 백악관에서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존 케리 상원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케리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2기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를 책임지게 된다. [워싱턴 UPI=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후임에 존 케리(69·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존의 그동안 인생은 이 자리를 위한 준비기간이나 다름없다. 국무부 직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OJT(신입생이나 신규 직원을 위한 교육)가 필요 없는 준비된 국무장관이다.”

 상원의 국무장관 인준청문회는 내년 1월 중순께 열릴 예정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벌써 케리를 “미스터 장관”이라고 부를 만큼 인준 과정에서의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케리는 상원 외교위에서만 27년간 잔뼈가 굵은 민주당의 외교통이다. 아버지 리처드 케리도 국무부 유엔국에서 일했다. 키 1m94㎝로 역대 국무장관 중 가장 큰 케리 지명자는 일방주의 외교를 배격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2004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출마했던 케리는 “부시 행정부처럼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며 “국제사회와 협력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아이디어가 많은 케리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북한 정책에서도 직접 대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케리는 과거에도 미·북 직접 대화를 주장한 적이 있다. 2004년 대선 출마 당시 케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선 북한과의 직접 대화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지난해 6월 26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한 기고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신중하고 견고했지만 적절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고는 “미국으로선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케리는 올 3월 뉴욕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평화협력국제회의’ 때 북한 이용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직접 만난 일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케리가 앞뒤 가리지 않는 대화론자는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케리는 지난해 기고문에서도 “당장 북한과 민감한 대화를 시작하기는 어려운 만큼 미군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거나 아이들에 대한 식량 지원 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대화를 주장하는 셈이다.

 국무부 내 한반도 담당자들의 물갈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장 ‘클린턴 사단’의 핵심인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됐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캠벨 차관보의 후임으로 마이클 시퍼 전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와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셀 보좌관은 일본통이지만 1992~95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북한담당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케리가 국무장관으로서 인사권을 직접 행사할 경우 측근인 프랭크 자누지 전 상원 외교위원회 정책국장 또는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센터 소장 등도 기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존 케리, 대북 관련 입장 및 발언

▶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신중하고 견고했지만 적절하지 않았다. 최선의 대안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다.”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지난해 6월 LA타임스에 기고)

▶ “(장거리 로켓 발사는) 이미 고립된 북한을 더 고립시킬 뿐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11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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