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대학 졸업|「학사 등록제」 강행…대학가는 「폭발」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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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20일께부터는 전국 각 대학의 졸업 「시즌」에 접어든다. 처음부터 말썽을 안고 강행되고 있는 「석·학사 등록제」는 권오병 문교의 계속되는 「강경일변도」 정책으로 졸업을 눈앞에 둔 대학가의 폭발을 가져올 위험마저 없지 않다.
권 문교부장관은 이번 졸업생 중 『단 1명이라도 정원을 초과한 대학은 전 졸업생에게 학위 등록을 보류, 학위 일련번호를 내주지 않겠다』고 굳게 못박았다. 16일 현재 전국 98개 대학이 거의 문교부에 졸업생 명단을 내긴 했지만, 국립 대학과 10여개 사립 대학을 빼고는 모두가 정원을 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장에 학사 등록 일련번호를 기재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대학에 따라서는 졸업장을 줄 수 없는 졸업식을 거행하게 되었다고 울상들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인사들은 『석·학사 등록이 일단 제도로서 실시된 이상 등록을 마치지 못해 학위 번호가 없는 졸업장은 「절름발이 졸업장」이며 과거 문교 당국이 대학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했던 점을 이제 와서 선의의 학생에게 되집어 씌우려는 처사』라 비난하고 『학생들의 상한 감정이 잘못 사고라도 내지 않을까』걱정까지 하여 졸업을 앞둔 대학가에는 심상치 않은 공기가 감돌고 있다.
당초 문교부가 내세운 이 등록제의 실시 목적은 『대학 정원을 엄수케 하여 위조 졸업장의 남발과 부정 편입학을 막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 문교부의 속셈은 꼭 이것만은 아니다. 권 장관은 비공식적으로나 이미 여러 차례 선의의 정원 밖 학생은 구제할 뜻을 밝힌바 있다. 다만 그 시기는 2월말까지 제출되는 각 대학 전체 재학생 명단 결과를 종합, 검토한 뒤인 3월말이나 4월로 지연될 듯 하다는 것이다.
결국 권 장관의 속셈은 대학의 전체 정원을 노출시켜 그 약점을 잡고, 그래서 대학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어 보자는 것이다. 벌써부터 『이들 대학에는 문책을 꼭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교부 집계로는 올해 대학 졸업 정원은 2만9천58명, 현재까지 보고된 것은 약 3천명이 넘고 있다는 것이다.
성내운씨 (연세대 교육학 교수)=책임이 문교부나 학교에 있든 간에 학생에게 피해를 주어서 안된다는 것은 교육 행정 수행상 초보적 원리에 속한다. 문교부는 오랜 햇수를 두고 거듭해 온 악순환을 학사등록으로만 매듭지으려 말고 원인 제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초보적 원리도 모른 데서야 되겠는가.
윤세창씨 (고려대 학생처장)=정원을 넘은 학생이라도 이 제도가 실시되기 이전에 입학한 선의의 학생은 일종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학교에 책임을 묻는 것은 별문제로 하더라도 학생의 등록마저 안 받아주는 것은 분명히 기득권 침해이다. 결코 현명한 일일 수 없다.
강윤경씨 (학부형·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앞으로 졸업장보다도 문교부의 학사 등록 필증이 더 사회적 구실을 하게 될 것은 뻔하다. 그런데 4년간 꼬박 공들여 배워 졸업장을 타는데 학사 등록을 인정치 않는다니 기막힌 일이다. 물론 뒤에 받아 준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취직처라도 생겨서 학사 등록 필증을 요구할 경우 당국은 책임을 지겠는가? 제발 선처를 빈다.
김의열 군 (S대 졸업 예정자)=정원을 넘었고 안넘었고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어느 대학생이나 똑같이 소정의 학업을 마쳤으면 학위 등록도 같이 마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학위 등록 번호 없는 졸업장은 절름발이 졸업장으로 차라리 받지 않겠다. 당하는 학생의 졸업식 날 기분도 짐작이 갈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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