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오기 영광의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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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상은 합격하는 자에게만 영광과 칭찬을 주고 불합격한 자에게 격려하는 것을 잊고있다』『불합격한 사람을 아껴주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온갖 수모와 열등 의식 속에 서울대학교에만 응시하기 다섯 차례, 드디어 금년에 문리대 정치학과에 제정구(23)군은 사회의 비정을 이렇게 원망했다.
제군의 고향은 경남 고성군 대가면 척정리. 지난 62년 진주고교를 우등으로 졸업, 졸업하던 해 서울법대 법학부에 응시했으나 낙방, 다음해에는 방향을 1백80도 바꿔 공대기계과에 응시했으나 또 낙방, 낙방할 때마다 한번 낙방한 대학은 기분이 나빠 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64년에는 상대경제학과에 응시했을 때는 꼭 합격할 줄 알았는데 다시 떨어지자 경제학과에 다시 응시했으나 또 낙방, 금년에 정치학과에 11.1대1의 경쟁을 뚫고 드디어 합격했다. 합격의 모든 영광을 어머니에게 돌리고 싶다는 제군은 자기가 열등의식을 느껴 포기하려고 할 때도 어머니가 『머슴아이가 한번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해봐라』고 말씀하시어 친구들이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도 무시하고 난관을 극복했다고 했다.
제군은 도중에 군에 자원 입대하여 제대 후에 다시 응시할 생각도 해봤으나 제대 후에는 합격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마음을 굳게 먹고 역도와 권투 등으로 육체를 단련하면서 꾸준히 공부했다 한다.
『운동을 하여 신체를 단련하니 자신이 생기더군요. 까짓거 다른 사람보다 한 시간씩만 덜자고 공부하면 되니까요』그는 열등감을 극복하는데 운동이 가장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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