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프로암 정신'을 망각한 명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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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골프가 가장 대중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1만6천여개의 골프장이 있는 미국은 회원제 골프장과 퍼블릭 골프장이 고르게 발달해 있다. 퍼블릭 골프장에서는 약 20달러(2만6천원)면 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런 미국도 1960년대 '골프황제' 아널드 파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골프가 중산층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러나 파머가 미국에 골프 붐을 일으키면서 미국인들은 중산층을 골프에 끌어들이기 위해 프로암 대회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PGA나 LPGA는 정규 대회 전날 치르는 프로암 대회를 통해 기금을 모아 퍼블릭 골프장 건설 기금은 물론 어린이 병원짓기.장학기금 등으로 썼다.

프로암 대회에 출전하는 아마추어들은 스타들과의 한 라운드를 위해 성금을 내놓고 프로 골퍼들은 무료 봉사를 하는데 지금도 이런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귀국한 김미현(24.KTF)이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성금을 쾌척하기로 한 것도 골프가 서민들에게 다가서는데 한몫 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 태영골프장에서는 동양화재컵 SBS프로골프 최강전 프로암 대회가 열렸다. 대회에 나선 아마추어들 중에서는 국무총리.국회의원.장관 등을 지낸 명사들도 있었으며 대기업 오너와 인기 탤런트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회를 마치고 요란한 시상식을 한 이들이 모은 기금은 아쉽게도 한푼도 없었다. 이런 모임을 통해 기금이 걷히고 그 돈이 대중을 위해 보람있게 쓰인다면 '골프장 건설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국 골프의 대중화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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