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 교육을 정상 궤도에 돌려놓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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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문용린 후보가 과반수 득표로 당선돼 어제 취임했다. 그는 서울 시내 25개 구 전체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하는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분열을 거듭해온 보수 후보들이 이번에는 유례없이 단일 대오를 형성한 게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교조와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무리한 교육정책과 삐뚤어진 집행 행태에 넌더리를 낸 서울 시민들이 몰표로 심판하지 않았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은 없었을 것이다. 어느 학부모가 학생인권조례로 난장판이 된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겠는가. 전면 무상급식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바람에 급식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학생들은 난방도 안 되는 추운 교실에서 벌벌 떨고 있다. 소위 진보의 실험이 가져온 참담한 교육 현실이다.

 문 교육감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서울 교육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가운데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가로막는 규정은 과감히 손질해야 할 것이다. 화장실·난방시설 개선 등의 예산도 서둘러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진보교육의 색깔을 빼겠다는 무리수는 피해야 한다. 문 교육감이 걸어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은 임기 1년6개월간 민주통합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가 언제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 정책 전환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시의회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어려운 가시밭길을 헤쳐가는 수밖에 없다. 먼저 대화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문 교육감의 공약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정책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재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 교육감은 서울 교육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혼란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이미 큰 갈등과 혼란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헤아려야 한다. 문 교육감이 낮은 자세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기대한다. 교육청과 학교 현장 간에 충분한 소통과 설득을 거쳐야 정책 전환에 따른 혼선과 교사·학생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