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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상공서 사라진 암호문 뭉치 수색작전|"검은 상자를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8일 AFP통신은 미 전략공군의 절박한 긴급명명을 보도해 왔다. 『검은 상자를 찾아라!』 지난 1월 17일 미 전략폭격기 B52가 「스페인」의 「알메리아」 근처에 추락한 이래 미군수색작전의 주목표는 바로 이 검은 상자였다. 문제의 「검은 상자」에는 사령부와 폭격기간의 비밀통신망을 사실상 파괴시킬 수 있는 암호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령부가 폭격기에 내리는 모든 명령이 암호문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일 이 「검은 상자」가 타국의 손에 넘어가는 경우 이는 곧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래서 미군당국에는 이것이 회수되지 않은 수소폭탄보다 훨씬 더 참담한 손실이다. B52가 추락한 직후 세계의 관심은 수소폭탄의 행방에만 쏠렸었다.
결국 미군당국의 세심한 탐색전으로 실종된 3개중 두개는 완전히 제거했고 나머지 한 개의 행방도 찾아내어 이 문제는 일단락 된 것 같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9일의 보도는 새로운 두 가지 문제점을 제시한 것이다. 그 하나가 「검은 상자」의 분실설이요, 다른 하나가 제거하지 못했던 수소폭탄의 뇌관장치가 폭발하여 위험한 방사능이 「팔로아레스」부근 일대에 퍼지고있어 수천 주민들이 현지로부터 피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우기나 이번 폭탄의 위력은 1945년 「히로시마」것보다 자그마치 천 배라니 「스페인」전역과 「유럽」이 떨만도 하다. 추락사고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로 1년 전 B52 폭격기가 미 「매릴랜드」의 한 산에서 떨어진 것을 비롯해 1959년 10월에도 B52가 이번 사무와 비슷한 연료공급 중 추락했다.
또 1958년 11월 5일에는 B47 폭격기가 비행 중 불이 붙어 「텍사스」주 「아비렌」에 떨어졌다. 불타오르는 B52기체 내에는 핵 폭탄이 운명을 기다리며 있었다. 위험은 핵 폭탄의 폭발에만 있지 않고 그 방사선에 있다. 핵 폭탄을 싼 납 껍질이 추락 중 찢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크며, 이 때 발생하는 핵 방사선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결국 완전히 위험을 제거하자면 역시 비행을 중지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더욱 불가능하다. 도합 80개의 기지를 갖고있는 미 전략공군은 미국 핵 탄의 90%를 갖고있는 국방의 중추다.
B52폭격기는 이 전략공군의 주무기로 연료 재공급 없이 2만「킬로」를 비행할 수 있으며, 대륙간탄도탄이 30분에 목표를 공격하는데 비해 항상 공중에 떠있는 전략폭격기는 수분이면 목표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B52폭격기는 9개의 핵 및 비핵 폭탄을 싣고 다니며 그 중 2개는 25「메가톤」급의 핵 폭탄이다. 따라서 1초도 쉬지 않고 하늘에 떠있는 B52, B58, B47폭격기들은 동·서 무력균형의 모체이며, 이들 비행기의 비행중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유민의 큰 공포를 낳게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고작 폭격기의 사고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일례로 미 전략공군의 핵 폭격기 조종사의 선발규정 같은 것이다. 선발자격은 첫째 모험심이나 영웅심리를 갖지 않아야 하고 술이나 기타 안정제를 먹어서는 안 된다. 둘째 젊은 신예들은 안 되고 최소한 4천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진 34세 전후의 중견 「파일럿」이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모든 안전조치가 완벽하다고 해도 가공할 수소탄을 실은 폭격기가 하늘에 떠있는 한 위험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전략폭격기의 조종사는 결코 「제임즈·본드」만큼 유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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