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공격] 세계금융시장 아직은 잠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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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9.11 테러에 비하면 이번 미국의 보복 공격이 세계 금융시장에 끼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공격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며 거의 한달간 예고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러집단이 미국의 공격에 대해 제2의 테러를 저지른다면 세계 경제는 또 다시 큰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일단 미국의 공습 개시에 따라 국제 유가동향이 관심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이다.

테러사태 직후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폭등했으나 그 이후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하락세를 보여 현재 21달러선(브렌트유)에 있다.

향후 세계 경제의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데다 산유국들이 테러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가급락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요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석유수출국기구(OPEC) 수출량의 20%를 차지하는 이란과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감산을 주도할 경우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여지도 있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증권의 투자전략가인 바이런 윈은 "이번 전쟁은 단기간에 끝났던 1991년 걸프전과는 달리 장기전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존 킬더프도 "세계 경제 부진으로 원유 수요가 줄고 있으나 공격에 따른 불투명성이 당분간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미 각오를 해왔던 만큼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공습 후 처음 열린 8일 아시아 증시는 소폭의 약세를 보였다. 뒤이어 열린 유럽 증시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영국 냇웨스트증권의 조사부장 제러미 뱃스턴은 "지난번 테러 직후와 같은 투매현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사태 이후 약세를 보여왔던 미 달러화도 현 수준(달러당 1백20엔)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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