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7'로 전송된 인증번호, 입력하자…'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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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A씨는 최근 B캐피털이라는 곳에서 “신용등급이 나빠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큰돈이 필요했던 A씨는 B캐피털 대출상담원의 말대로 주민등록증과 통장사본 등을 보냈고, 보증보험료 등 각종 대출진행비 명목으로 100여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입금 이후 B캐피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17일 금융감독원이 소개한 신종 대출사기 사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이런 대출사기 피해는 2만1334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2041건)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피해금액도 255억원으로 지난해(21억원)의 12배가량이었다. 금감원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사금융 수요가 늘었고,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1332)’를 설치해 피해신고가 손쉬워졌다는 점 등을 급증 이유로 꼽았다.

 대출사기는 무작위로 뿌려지는 스팸 문자에서 시작된다. ‘저금리 전환대출’ ‘무담보 대출’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 솔깃한 문구를 내세워 대출수요자를 유혹한다. 이후 피해자가 전화를 걸면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전산작업비가 필요하다” “저금리로 바꾸려면 보증보험료나 담보설정비가 필요하다”는 등의 구실로 별도의 돈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적은 비용을 요구하면서 점차 다른 명목으로 큰 금액을 요구하는 게 이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피해자는 이미 입금한 비용이 아까워 사기범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대출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070’이나 ‘080’ 등으로 시작하던 발신자 번호를 ‘1577’ ‘1588’ ‘1688’ 같은 번호로 바꾸기도 했다. 이들 네 자리 국번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많이 쓰는 번호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로 전송된 구매 인증번호가 마치 대출 관련 인증번호인 것처럼 속여 5만~30만원 상당의 소액결제를 유도하는 수법도 요즘 새롭게 등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에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다면 100% 금융사기”라며 “전화로 주민등록번호나 카드번호 등 개인 정보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만일 개인정보가 넘어가 명의도용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면 은행·금감원을 통해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는 게 좋다.

휴대전화의 무단개통을 막기 위해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제공하는 엠세이퍼(www.msafer.or.kr) 서비스에 가입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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