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 초점 맞춘 美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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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미국에서 첫 출간된 『가자, 아메리카로!』(원제 We The People:The Drama of America) 는 사실 신간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개정판도 47년에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 나 '영웅' 이 아닌 '민중' , '전쟁' 이 아닌 '노동자' 에 중점을 둔 이 역사서가 처음 사람들에게 주었을 그 신선한 충격은 21세기의 독자에게까지 여진(餘震) 을 전한다.

비록 과거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반미' '친미' 감정을 드러내게 되는 미국의 모습이 아닌 다른 각도의 미국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메리카란 신대륙으로 이민의 물결이 일어난 때부터 제1차 세계대전 후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까지를 다루고 있는 제1부는 빵과 종교.사상적 자유를 찾아 "가자, 아메리카로!" 를 외치며 대서양을 건넜던 초기 이민자들, 총과 도끼, 그리고 옥수수 한 자루씩을 들고 황야와 싸웠던 서부 개척자들, 자본가 집단에 대항해 단결된 힘을 보여준 철도 노동자 등이 주인공이다.

제2부는 1929년 대공황 시절부터 제2차 세계대전 후까지를 서술하고 있다.

뉴딜정책의 전개과정이 '스러져간 빛을 되찾기 위한 (민중들의) 절망적인 몸부림' 속에 펼쳐진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민중' 이란 '가난한 백인' 의 의미가 강하다. 요즘의 진보적 관점에서 보면 비판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그러나 70년 전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저자가 "역사란 날짜라든가 전쟁 또는 '영웅들' 의 것이 아니며, 역사의 주제는 현재의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며 이같은 책을 집필한 것은 진정 선구적 의식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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