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가 쓴 '나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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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객관성' 이란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역사는 일단 기록되는 순간 서술자의 시각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 두 권의 책은 그 역사가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신선한' 시도들이다.

현대 프랑스의 대표적 역사학자 일곱명의 에세이집 『나는 왜 역사가가 되었나』는 한마디로 '역사가들이 기록한 그들 자신의 역사' 다.

이 책을 기획.편집한 피에르 노라(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의 표현을 빌리면 "역사가로서 자신이 만든 역사와 자신을 만든 역사 사이의 관계를 밝힌" 글들인 것이다.

역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온 그는 "연구자들이 자신이 실존적으로 연구에 몰입한다는 것을 밝히고 그 과정을 분석하는 것은 차분한 연구와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아니라, 연구를 이해하는 도구이자 핵심 역할을 한다" 면서 이 책이 "역사 인식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전혀 새로운 장르, 즉 역사가의 '에고-역사(ego-history) ' 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감하게 자신의 개인사를 밝히는 작업에 참여한 역사가들의 면면을 보면 프랑스 아날학파의 대표주자인 모리스 아귈롱과 피에르 쇼뉘에서부터 중세사의 권위자 조르주 뒤비, 『고통받는 몸의 역사』의 공동 저자 자크 르 고프와 『여성의 역사』의 미셸 페로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들이다.

이들 중 홍일점이자 특유의 좌파적이면서 기독교적인 투사정신을 도입한 노동사 저술로 유명한 페로의 경우 어린 시절 주변의 가난한 노동자 가족들을 보며 자신이 '불의한 자들의 진영' 인 부르주아 계급에 속해 있음을 괴로워했던 기억 등을 정열적인 문체로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다.

뛰어난 역사가들이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성공 과정을 보여주는 이 '역사서' 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지적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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