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실의 호기심 쑥쑥] '독서편식' 걱정들 하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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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아이와 부모가 실랑이하는 모습을 가끔 본다. 대개 아이는 이런 책을 원하는데, 부모는 저런 책을 사주겠다 하는 경우다. "공룡 책은 집에 많잖아!" 목소리가 높아지고 둘다 마음을 상해 서점을 나간다.

많은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한다. 공룡에 대해 아는 것도 많고, 또 더 알고 싶어한다. 트리케라톱스니 알로사우르스니 하는 이름도 잘 외우고,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 살았는지 시키지 않아도 배우고 익힌다.

이런 아이들은 당연히 공룡에 관한 책을 원한다. 그리고 공룡 책을 더, 더 많이 사달라고 조른다. 공룡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신기해하며 한 두 권쯤 공룡 책을 사주던 부모들은 조금씩 아이의 취향에 대해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대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사주려 한다. 비슷비슷한 책을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손해라 여긴다. 대신에 아이들은 자기가 관심 갖는 책만 줄곧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책이 특히 그렇다.

"우리 아이는 곤충 책만 봐요. 창작동화도 읽히고 싶은데 어쩌면 좋지요?"

"우리 아이는 공룡 책만 보네요. 옛이야기도 읽어야 하는 건 아닌가요?"

부모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아이가 얼마나 공룡에 대해, 곤충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내게는 자랑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지금 한가지 대상에 매혹되어 있고 탐구하고 즐기는 상태인 것이다.

아이는 그 대상을 장악할 때까지 책을 보려할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고생물학자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어느 정도 '심취' 하고 나면 그 다음 관심사로 넘어가게 마련이고 관심의 폭도 넓어진다. 대상에 대한 관심은 깊게 오래 갈수록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 말해도 부모들은 '걱정' 을 멈추지 않는다. 아이의 개성을 뭉뚱그려 평균에 가깝게 만들어야 안심이라는 듯이 말이다.

처음엔 한가지에 집중하던 아이도 나중엔 관심 영역이 넓어져 창작동화도 옛이야기도 다 잘 읽을 거라고 말해도 계속 걱정을 한다. 아이의 독서에 강하게 개입하길 원하는 부모는 항상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책 고르기에서 읽는 방식, 독서취향에까지 부모의 잣대로 책을 이해했는지 일일이 묻고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읽기는 어린이의 경우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취향이 존중되어야 한다. '개인적' 인 면이 존중되어야만 '사색' 이 가능하고 '취향' 이 존중되어야만 '선택' 하는 능력도 생긴다.

어른들은 어린이의 독서 자체에 개입하기보다 좋은 독서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아이들이 그토록 공룡 이야길 좋아하고 공룡 책이 3백권 가까이 나왔는데, 왜 나이에 맞게 권해줄 좋은 책이 드문지 따져보아야 한다.

그 많은 공룡 책을 다 사줄 수는 없는데, 공룡 책을 빌려볼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은 왜 드문지 따져 물어야 한다.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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