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의 발달사 짚어보기

중앙일보

입력

침체기에 빠져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이 '만화왕국' 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일본의 만화잡지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수입한 우리로선 셀 수 없으리만치 다양한 종류의 만화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히트작을 발굴하는 그들이 벤치마킹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일본 만화의 역사』는 일본 만화의 태동과 발달사에 대한 근원적인 궁금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교과서가 될 만한 책이다. 교과서가 그러하듯 술술 읽히는 재미는 없지만 일본 만화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또 매니어들에게도 유용한 기초 자료가 될 만하다. 책 말미에 곁들여진 연표와 만화관련자의 약력 등이 특히 그렇다.

이 책에 따르면 일본 만화의 대중화는 저널리즘에 만화가 편승하면서 비롯됐다. 1862년 창간된 만화잡지 『저팬 펀?뼁【?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보다 앞서 귀족과 무사를 풍자했던 '호쿠사이 만화' 같은 풍자화에서도 만화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

'호쿠사이 만화' 가 발표된 당시 프랑스에서는 판화가 오노레 도미에가 국왕 루이 필립을 비판하는 작품을 그렸다가 고발되기도 했다. 동.서양 각각 동요와 불안의 시기에 만화의 씨앗이 뿌려졌음을 조명한 저자의 시각이 돋보인다.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표현 기법상의 차이가 동.서양 만화를 구별짓게 했다고 분석한다. 목판.철판 위주의 일본과 달리 석판을 주로 한 구미의 만화가 '박력이 넘치며 설득력이 느껴진다' 고 비교하는 식이다.

요즘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대목은 아무래도 1930년대 고단샤(講談社) 와 나카무라 서점으로 대표되는 '어린이 만화' 시대부터일 듯싶다. '노라쿠로' 니 '소년 구락부' 니 '소년 매거진' 이니 낯익은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할애는 아쉽게도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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