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리철진' 외 주말의 TV토요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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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리철진'(KBS2 밤 10시35분)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 에서 독특한 아이디어와 캐릭터로 주목을 받은 장진(30)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1994년부터 2년 정도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서 방송 작가로 활동한 그는 이후 연극판으로 진출, '허탕' '택시 드라이브' 등으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휴먼 코미디를 표방한 이 작품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구하기 위해 슈퍼 돼지 종자를 훔칠 목적으로 남파된 간첩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신세대 감독답게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돋보인다. 그래서 '장진식 코미디' 란 말이 나왔다.

일상의 틀을 넘어 좌충우돌하는 사건들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연출 스타일은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순간순간의 에피소드들이 흥겹기는 하나 서로 이어지는 느낌이 덜하고 주인공 리철진의 캐릭터가 특이하지만 정제되지 못한 인상을 준다.

장감독은 이 영화로 비슷한 스타일의 전작 '기막힌 사내들' 에서보다 나아졌다는 평은 들었지만 절반의 성공이란 딱지를 떼지는 못했다.

그의 신작 '킬러들의 수다' 가 다음주 개봉된다. 이 작품 역시 장진식 스타일의 블랙 코미디다. '친구' 로 훌쩍 큰 유오성이 주연을 맡았다. 1999년작. ★★★

'스위티'(EBS 밤 10시)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피아노' 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을 말하는 초현실주의적 경향이 짙은 호주 영화다.

사랑과 섹스 등 대부분의 가족이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에서 나아가 아버지의 어리석고 이기적인 사랑이 다른 가족에게 어떻게 상처를 주는지를 보여준다.

그로테스크한 색체, 아카펠라 풍의 음악 등 독특한 영상과 분위기로 이 시대 절망스런 인간의 단면을 잘 포착하고 있다.

미국 독립영화제, 호주 비평가 협회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제네비에브 레먼, 캐런 콜스턴 주연. 1989년작. 원제 Sweetie. ★★★☆

'긴급명령' (MBC 밤 11시10분)
'패트리어트 게임' 의 속편 격인 작품. 첨단 군사 스릴러로 불리는 톰 클랜시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긴급명령' 의 원제인 'Clear and present danger' 라는 표현은 '미국정부는 국가 안보상 분명히 나타난 위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사력도 쓸 수 없다' 는 미국법의 항목에서 발췌한 것.

정부가 그 법을 어긴 사실을 알아낸 주인공이 그 전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해리슨 포드.윌렘 데포 등의 연기가 볼 만하고 남성적인 강렬함과 박진감이 넘친다. 미국 영화 중엔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도 대통령을 설정한 상황을 주의 깊게 봐둘 것. 필립 노이스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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