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경기 침체로 감원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한동안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세계에 겨울이 찾아왔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연봉삭감은 물론이고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를 위해 하루 아침에 일선 영업점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다 삼성증권 등이 우수 애널리스트에 대한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애널리스트 인력시장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일수록 좌불안석이다. A사는 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리서치센터를 사실상 해체해버렸다.

회사측은 "사이버 트레이딩 시스템을 교체하는 데도 허리가 휠 정도" 라며 "비용절감을 위해 간접부서를 축소하면서 리서치센터 인력을 일선 영업점으로 내보냈다" 고 말했다.

B사는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을 평균 40% 깎았다. 이에 따라 전체 8명 가운데 3명의 애널리스트가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연봉 협상 대상자들은 대부분 1999년에 스카우트한 인력들" 이라며 "당시에는 활황장세에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리서치센터를 개설하는 바람에 30대 초반의 애널리스트들도 억대 연봉을 받았다" 고 말했다.

주식운용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여러 증권사가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감원과 인사이동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기관투자가인 투신증권사들은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시들해지자 매니저별로 수익률을 엄격히 따져 20% 정도 인력을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회사 안에서도 채권형 펀드 매니저들은 상황이 다르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형 펀드매니저들은 몸값이 뛰자 5~8명씩 팀을 이루어 회사와 수수료를 일정비율로 나누기로 하고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경우도 있다.

한국 IR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1백79개 금융기관의 애널리스트는 7백27명이고 펀드매니저는 6백3명. IR협의회 관계자는 "직급별로는 78.9%가 과장(팀장)급 이하의 젊은 세대여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큰 마찰 없이 진행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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