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할 수 없는 묘한 형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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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7일 이효상 국회의장은 올 들어 처음 열린 54회 임시 국회 개회사를 통해 『현행 기본법에 다소 모순된 점과 국가 발전에 지장이 되는 점이 있다면 이를 시정하는 것이 우리임무』라고 그의 소신의 일단을 밝혔는데….
마침 야당이 주장한 바 있는 헌법 정당법 및 선거법 등에 대한 고정론을 뒷받침하는 듯해서 야당은 이에 힘 입어 관계법 개정을 위한 소위 구성을 제안하는 등 자못 기세를 올렸다-.
공화당은 김동환 원내 총무가 『필요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부하는가 하면 당무회의에서도 야당의 「특위」 구성 제의를 「반대하기로」 결론하는 등 여·야간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 의장 측근은 이 의장의 「연초 소신」의 실현 여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다만 여·야당의 반응이 이 정도로라도 나타난데 대해 만족을 표시하면서 『말할 형편이 못 된다』고 자못 의미심장하게 말꼬리를 흐렸는데-. 이 의장의 연초 소신은 「말할 수 없는 묘한 형편」에 부딪쳐 불발탄이 될 가능성이 짙다는게 유력한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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