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8대 대선후보 보건의료계 지지 배경 제각각…배경 들여다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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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후보(왼쪽)와 박근혜 후보

박빙의 대선정국에서 보건의료계의 민심이 유례없이 요동치고 있다. 조용히 지지를 보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의사와 약사, 한의사, 간호사 너나 할 것 없이 어제는 이곳, 오늘은 저곳에서 지지성명을 발표한다. 보건의료계 각 단체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세력으로 입지를 굳히는 형국이다. 직역 내에서도 민심이 갈린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의사집단은 더 이상 보수층의 굳건한 표밭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새누리당)와 문재인 후보(민주통합당)의 보건의료 정책과 이들 사이에서 보건의료계 민심을 따라가본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vs입원비 90% 보장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건 건강보험 보장성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하느냐다.

박근혜 후보는 심장병과 암, 희귀난치성 질환, 중풍을 4대 중증질환으로 보고 이에 한해 국가가 100% 의료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입원환자의 건강보험 보장율을 90%까지 끌어올려 혜택을 받는 환자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비급여 부분도 포함된다.

영리의료법인에 대해 문 후보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박 후보는 제도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단 입장이다. 의약계의 대립이 첨예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박 후보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문 후보는 성분명 처방은 약효의 동등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추진할 수 있으며 대체조제 활성화는 현행 약사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의사집단=‘보수 표밭’ 공식 깨져,
전통적으로 의사는 보수 정당을, 약사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실제 19대 국회에 입성한 보건의료인을 살펴보면 의사출신 6명 중 5명은 새누리당이다. 민주통합당은 김용익 의원 한명이다. 약사출신 의원은 2명인데 김상희 의원(민주통합당)과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 모두 야당 의원이다. 그렇다면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각각 야당과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굳건히 해 나가고 있을까.

약사사회는 일찍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지난 6월, 부산지역 100여명의 약사들이 ‘문재인을 사랑하는 약사 친구들의 모임’을 결성,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영호남 약사 471명은 지난 달, "특정계층이 아닌 국민이 모두 행복한 복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 회원 317명, 수도권 약사 1054명, 문재인과 함께하는 국민건강권 실현 약사모임 1004명이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번 18대 대선 정국에서 사람들의 이목은 의사사회의 전례 없는 지지선언에 쏠렸다. 19일, 노만희 대한정신건강의사회장(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과 경남의사회 박양동 회장을 비롯한 의사 1219명은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노만희 회장은 “국정경험과 경륜 있는 문 후보가 국민과 의료인을 위한 합리적이고 훌륭한 의료정책을 펼칠 적임자라 생각했다”며 지지 배경을 밝혔다.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던 보건의료혁신포럼은 지난 12일 문재인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왜곡된 의료정책에 유감을 표하며 퇴보하는 의료정책을 바로잡고 국민건강을 염려하는 심정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재인 후보를 향한 지지선언이 잇따르자 의료계 내 보수층 지지 집단도 공개적인 자리에 적극 나섰다. 지난 11일, 의사 7070명으로 구성 된 미래의사포럼은 박근혜 후보가 지속가능한 의료계를 이끌 적임자라고 밝히며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미래의사포럼에는 의료계의 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전통적지지 세력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서울시 25개 각 구의사협의회장, 대한의사협회 윤창겸 총무이사, 부산시의사회 김경수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김화숙 차기회장, 울산시의사회 백승찬 회장, 대한의사협회 이철호 부회장, 대전시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장이 지지 선언에 함께했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민주당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실패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반성은 하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만 들고 나왔다”며 “의약분업과 약가정책, 저수가가 바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의사·간호사도 나는‘박’, 너는 ‘문’ 갈려
‘전국한의사모임’과 한의사 536명은 현 정부의 한의계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의계는 그야말로 암흑이었다”며 “천연물 신약과 한방주치의제도 유명무실화, 의료기관 폐업 가속화, 저수가가 대표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후보 중 한의계 공약을 가장 내실 있게 제시해 대부분 충실히 달성했다“며 ”한의약육성법 제정과 한방예방보건사업 실시,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 한방대통령 주치의를 설치해 한의계의 세계화를 위한 위상 강화를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가 참여정부의 정통성을 이어 한의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후보라는 게지지 이유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지지 후보가 갈렸다. 지난 4일 전국 간호사 459명은 문재인 후보 선거사무소 ‘시민캠프’에서 지지선언을 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실현하겠다는 문 후보의 약속을 적극 환영한다”며 지지 이유를 밝히고, “간호인력과 인프라 확충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윤경애 수간호사 등 간호사 2123명은 11일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이들은 지지선언문을 통해 "박 후보는 돌봄의 가치와 인류애를 통해 간호전문직을 발전시킨 것은 물론 아동·여성·노동자 등 약자와 소외계층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헌신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치과의사 1000명은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의 공약이 예방중심의 일차 치과 의료를 강화한다는 치과 의료 정책을 담고 있다는 것. 문 후보는 노인틀니와 치석제거 적용대상 확대로 치과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장애인 공공 치과병원 확대와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말한다.

이 외에 대전충남 보건의료노조원 1254명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취약한 보장성 때문에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가정이 파탄 나고 있다”며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병원비 걱정 없는 보편적 복지국가다. 이에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후보를 적극지지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정치세력화 입지다지기, 효과 톡톡
일찍이 의협은 지난 8월부터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며 정치역량을 과시하기 위한 발판을 다졌다. 민주통합당 국민경선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하며 나선 것. 국민경선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를 가늠하는 척도인 만큼 각 당은 경선흥행에 촉각을 세운다. 노환규 회장은 당시 "정치권이 수많은 악법과 규제로 의사를 억압한건 의사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직 표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의사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들어서면서 의협도 바빠졌다. 각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회원들에 제공했다. 지난 11월에는 대선후보 캠프를 초청, 보건의료 공약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노환규 회장은 “지금까지 의사들은 정치 뿐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에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 의료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의사협회는 수가결정 구조 개선과 근무환경 개선 등 7개 개선안을 요구하며 대정부투쟁을 벌이고 있다. 의사들의 정치세력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의협은 이번 선거 날 의료기관 운영시간을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로 권고하는 진료안내문과 환자투표 독려문을 배포했다. 노 회장은 “각 후보의 공약을 잘 살펴보고 회원들이 대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전국의사총연합은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해 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지선언 뒤의 숨은 주역들, 보건의료계 출신 국회의원

▲ 전현희 전 의원(왼쪽)과 문정림 의원

이처럼 활발한 지지선언 뒤에는 보건의료계 출신 국회의원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노만희 정신건강의사회장을 비롯한 의사 1219명의 지지를 이끌어낸 사람은 전현희 중앙선대위 국민건강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18대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그는 “그간 의사들이 보수 중도층으로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에 비우호적인 세력으로 평가 돼 온게 사실”이라며 “이번 지지선언은 보수의 핵심층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지지선언으로 의료계와 중도보수층의 표심이 문 후보 쪽으로 대폭 이동되는 효과기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의료계의 리더들이 적극 동참해 의사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이라며 여론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이어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던 보건의료혁신포럼이 문재인 후보를 선언한 건 보건의료정책분야에서도 새 정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전 전 의원은 치과의사 1000여명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를 거쳐 선진통일당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은 새누리당 함당과 함께 박근혜 후보의 중앙선대위 대변인과 직능총괄 보건의료 본부장을 맡고 있다. 문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사들의 고충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지지를 받았고, 의사 7070명으로 이뤄진 미래의사포럼의 박 후보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는 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출신 박인숙 의원(새누리당)도 의협의 대정부 투쟁 시 건정심의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해 의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미래의사포럼 기자회견장에 함께 나와 지지선언을 독려했다.

보건의료계 출신은 아니지만 의협과 간호사협회 등을 오가며 활약해 지지선언을 이끌어 낸 의원도 있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은 유정복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일 의협을 찾아 의사들의 고충을 위로했고 간호협회와 정책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그 결과 간호계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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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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