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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소신이 살아 있는 영화 '컨텐더'

중앙일보

입력

장르: 스릴러

감독: 로드 루리

출연: 조안 알렌(레이니), 게리 올드만(러니언), 크리스찬 슬레이터(웹스터 하원의원), 제프 브리지스(잭슨 대통령)

수입: (주)미로비젼

개봉일: 2003년 01월 17일

상영시간: 126분

인생 최고의 기회, 그러나 그것은 최악의 위기...

대통령 임기 말년 차. 뜻하지 않은 부통령 유고 기간이 3주간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단 하루도 그 자리를 비워 놓을 수 없어 적임자를 선정하는데 고심한다. 그리고 유력한 후보들 가운데서 예상을 뒤엎고 여성 상원의원인 레이니 핸슨이 지명된다. 그녀가 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정식 부통령으로 임명되기 위해서는 하원 법사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중대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인생에서 다시 없을 영광의 기회를 얻은 레이니 핸슨. 하지만 청문회가 시작되자 그 기회는 영광이 아닌 치욕의 장으로 변하고 만다. 여자가 권력을 쥐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겨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핸슨을 불신임하려는 청문회 회장 셸리 러니언. 그가 핸슨의 신임에 치명타를 가할 그녀의 과거 - 대학 시절 섹스파티 - 를 폭로하고 만 것이다. 여기에 정계의 쾌속진입을 노리는 하원의원 웹스터, 위선적 정치가 헤더웨이가 가세, 핸슨은 사면초가에 몰린다.

급기야는 핸슨의 섹스파티 참여가 자발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까지 치달으며 청문회는 인신공격성 질문들로 추악해져 간다. 하지만 핸슨은 그 건에 대해 단 한마디의 부정도 변명도 시인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그녀의 침묵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정말 그녀가 섹스 파티에 참여하기는 한 것일까? 형국은 부통령 신임이라는 애초의 쟁점보다는 섹스 스캔들에만 포커스가 집중되는데...

제작노트

<컨텐더>의 주인공 레이니 핸슨은 청문회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미국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 이라고 답한다. 영화 <대통령의 연인>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던 토마스 제퍼슨은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데 없어서는 안되었던 인물이었다. 그는 중앙정부 수립의 기틀을 마련했고,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했으며, 영토 확장을 펼쳤던 인물로 오늘날 까지 미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추앙 받고 있다. 때문에 미국 최초 여성 부통령 후보 지명된 레이니 핸슨 이 토마스 제퍼슨을 존경하는 인물이라 밝힌 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의 행동은 최초 여성 부통령 후보로서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이 제시해야 할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원칙을 수호하는 그녀의 모습은 단순히 사생활 보호 차원의 대응이었다기 보다는 그 길을 가게 될 사람들을 위한 시금석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컨텐더>는 제작 당시 진행 중인 대통령 선거전과 르윈스키 스캔들을 결합한 듯한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다. 클린턴 정치 인생 중 최악의 위기였던 그 때, 케네스 스타 검사는 끈질기게 그의 섹스 스캔들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클린턴 탄핵을 위해 그의 사생활 관련 정보를 입수, 하원에 전격 제출한다. 이 보고서가 99년 1월로 예정된 미 상원 클린턴 탄핵심의의 구체적인 사유를 제공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지지는 식지 않아 클린턴의 직무지지도는 12워 21일, 일주일 전보다 4% 올라간 72%를 기록한다. 영화 <컨텐더>의 부통령 후보 레이니 핸슨(조안 알렌) 과 청문회 의장 셜리 러니언(게리 올드만)의 팽팽한 대치는 마치 클린턴 대통령과 케네스 스타의 숨막히는 접전을 떠올리게 하며 실제 사건만큼이나 그 귀추를 주목하게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속 궁금했던 그 것

1) 미국의 부통령 임명
대부분의 공직자 임명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상원에서 확정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부통령의 경우는 개정 헌법 규정에 없다. <컨텐더>에서는 하원법사위원회가 청문회를 주도하기 위해 러니언(게리 올드만)이 로비 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이 권력을 쥐는 것을 미연에 막으려는 의도와 행정부를 좌지우지하려는 그의 계략이 내재되어 있다.

2) 에드워드 케네디 스캔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 동생 에드워드 케네디(현재 메사추세츠 주 상원의원)는 69년 7월 여비서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강물 속으로 추락, 자신만 간신히 빠져 나온 사건으로 영화 <컨텐더> 도입부에서도 이 사건을 빗댄 자동차 추락 씬이 나온다.

씨네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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