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자」에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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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여성은 이제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자신을 갖게 되었다. 가정에 있어서의 발언권이나 결정권, 사회적인 면에서도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소비 생활에서는 80%이상을 여성인 주부들이 담당한다. 어떻게 하면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적자 가계를 흑자로 변하게 할 수 있을까.
서울여대 경제학 강사이며 협동조합을 연구중인 구정환씨는 먼저 숫자적인 개념과 자기를 잃지 않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구정환씨가 말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돈은 어떻게 버느냐 하는 것보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느냐를 생각해야겠다.
그러나 돈을 버는데는 시간과 정력을 기울이면서, 돈을 쓰는데는 별 계획성이 없이 써버리는 것이 한국인의 공통된 버릇이다.
식료품이나 그밖의 소모품을 살 때 계획성 있게 하면 계획 없이 살 때보다 3할 정도는 싸게 살 수 있다. 매일 보는 보기에도 미리 계획을 세우고 나가지 않으면 이것저것 눈에 띄는 것을 사게 되고 정말 사려던 물건은 못사는 경우가 많다.
월부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은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가 아니다. 큰 돈 없이 물건을 미리 살수 있다는 것에서 과용하기 쉽고 비싼 이윤과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더구나 새로운 물건에 대한 관심과 힘에 겨운 물건에 쫓긴다는 것은 금전적인 낭비뿐만 아니라 경박하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떨어지기 쉽다.
외국 상품이라면 무턱대고 멋있고 좋은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한다. 이런 심리 상태는 어느 나라 여성이고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 나라는 심하도록 뿌리깊이 박혀 있다. 이런 문제는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이즈음 일선 소비자인 주부들이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다. 외국 상품에 대한 지나친 신뢰감은 하나의 허영과 통하는 상태다.
이제는 외국 상품을 배격하고 국산품을 쓰자는 단계를 벗어나 국산품을 이용하는 방법과 품질의 바른 선택을 해야한다. 그러므로 업자들의 자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적인 정책을 세우도록 노력하는 것도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다.
어떤 물건을 사는 것으로 이웃의 눈에 자랑스럽게 비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 집 지붕 위에는 「TV·안테나」가 있다는 것 등으로….
상품 판매 업자는 인간이 갖는 남보다 좋게 보이려고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건을 살 때는 일시적인 산뜻한 기분보다 장기적인 만족감에 중점을 둔다.
의·주 생활에서 한국적인 전통과 현실을 발 받침으로 하여 현대적인 것을 받아들인다. 자가용차에나 어울리는 비단이나 「밍크」옷으로 「버스」나 합승에서 비벼댄다든지 돌아설 곳이 없을 정도로 좁은 온돌방에 크고 번쩍이는 가구를 들여놓는 것은 아무래도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이란 어떤 구체화된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 조합에 가입한다든지 신용조합을 이용해서…. 품질과 가격에 대한 신의를 보장하는 조합에서는 물건을 사는데 정신과 시간의 낭비를 피할 수 있다. 지난 연말에 발족한 여성 소비 조합은 주부들의 이용도에 따라 각 단체와 지역 사회에 번져갈 것이다.
소액의 장기 저축을 토대로 하는 신용조합은 직장이나 「그룹」 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외상이나 월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신용조합은 현재 재무부에 그 법이 상정되어 있고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널리 이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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