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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중소기업’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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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야구는 가장 즐기는 스포츠다. 9회말 투 아웃 만루 상황이면 투수의 입장이 돼보기도 한다. 어떤 공을 던질까 생각하며 손에 땀을 쥔다. 타자 입장이 될 때도 있다. 어떤 공에 배트를 휘두를지 혼자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담대하게 삼진을 잡아내거나 만루 홈런을 쳐내는 선수들은 야구의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 스포츠에서야 이기고 지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니 재미로 보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이나 국가의 정책은 다르다. 사소한 실책 하나가 기업과 국가의 존망을 가른다. 실전에서 실책을 하지 않는 방법은 기본기를 기르는 일이다. 평소에 갈고닦은 기본기는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비단 스포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기업도 탄탄한 기본기가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불황을 이겨내려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관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수많은 중소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대하며 정립한 경영원칙이 있다. 중소기업이 탄탄한 기본기를 쌓으려면 최소한 세 가지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 한 우물을 파야 한다. 남들보다 전문성을 갖춘 분야,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의 품목이라도 ‘세계에서 이것만은 내가 제일이다’라고 할 정도로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수익성이 높다고 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덤벼들다가는 기껏 쌓아온 자본금을 일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

 둘째, 윤리경영이다. 윤리경영은 다른 말로 하면 ‘공심(公心)경영’이다. 자기가 만드는 음식, 제품을 가족들이 먹고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절대로 나쁜 첨가물을 넣거나 눈앞의 수익에 눈이 멀어 저질 원자재를 제품에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의 수익은 적더라도 양심을 지키며 기업을 공심으로 경영하면 된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먼저 기업을 신뢰하게 된다.

 셋째, 끊임없는 혁신이다. 혁신이란 어려운 게 아니다. 파격적일 필요도 없다. 일상의 작은 실천 하나로 만드는 열매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내부적으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외부환경 변화를 느낀 후에 시작한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그저 남들이 다 하는 모방이 되는 것이다.

 국가 입장에서도 이런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늘려가야 한다. 국민경제 전체의 기본기를 단단히 다지는 일이 된다. 비록 일본이 90년대 이후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유럽경제처럼 휘청이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중소기업들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최대 신용조사 회사인 ‘데이코크 데이터 뱅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창업 100년을 넘긴 기업이 4만 개가량 되는데, 그중 절반인 2만 개가 일본 기업이라고 한다. 일본 경제의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 능히 가늠할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앞으로 중소기업의 기본기를 세우는 데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아마추어 중소기업’을 9회말 투 아웃에서 담대하게 만루 홈런을 쳐내는 ‘프로 중소기업’으로 키워낼 때까지.

안 택 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