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탈북자 인권 보호 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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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탈북자 구명운동과 납북 인사의 송환을 위해 힘써온 '피랍.탈북자 인권과 구명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 이서(李犀)목사가 지난 11일 낮 12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급성 간암으로 별세했다. 48세.

서울 송파구 나라교회에서 목회활동에 전념하던 고인이 탈북.납북자 문제에 투신한 것은 2000년 8월. 자신과 함께 장애인을 돌봐오던 김동식 목사가 같은해 1월 납북되면서 결성된 구명운동본부의 대표를 맡으면서다.

이후 고인은 같은해 11월 '유태준 사건 진상규명 시민연대'를 이끌었고 이듬해부터는 중국 내 탈북자의 국내 입국에 온 힘을 쏟아 왔다. 고인의 노력이 가장 빛난 사건은 장길수군 가족의 국내 입국.

2001년 3월 결성된 '길수군 가족 구명운동본부'를 맡아 중국에 숨어 지내던 탈북자 길수군 가족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중국 사무실에 뛰어들어 한국행 꿈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중국 내 서방 외교공관을 통한 탈북자들의 집단 망명신청이 잇따랐고 고인은 그때마다 현장을 지키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해왔다.

고인이 간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말. 하지만 고인은 생의 마지막까지 탈북.납북자 문제 해결의 의지를 불태우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다.

시민연대 도희윤 대변인은 "李목사는 간염 증세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문제를 남북대화의 의제로 삼기 위해 대정부 설득과 촉구시위에 매달리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가셨다"고 말했다.

李목사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건립도 추진해 왔다.

유족은 부인 신주희(44)씨와 1남1녀,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발인은 14일 오전 9시. 장례는 고신교단 남서울 노회장으로 치러진다. 3010-2268.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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