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주택의 모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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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집에 살았는가를 들여다 보는 것은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중국 주택에 대한 이 책은 우선 시의성이 돋보인다. 중국을 이해하는데 그들이 전통적으로 어떤 집에 살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재미있는 접근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중국 전통주택은 유가사상과 도가사상. 풍수사상 등 중국인 고유의 정신세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같은 동양권이라는 점에서 막연히 우리의 주택과 비슷하리라고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중국의 주택은 상당히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선 입식인 생활방식이나 사방이 폐쇄적인 구조, 색채의 강렬함 등이 자세한 사진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베이징(北京) 의 사합원, 안후이(安徽) 의 주택, 황토 고원의 야오둥(窯洞) , 푸젠(福建) 의 투러우(土樓) 등 사상적인 배경이 같으면서도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의 모습이 흥미롭다.

저자는 중국의 건축을 여백과 공허부가 강조된 공간구성이라고 해석하면서 이는 건축뿐 아니라 중국의 전통회화에서도 일관적인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서양의 건축에서 대규모 공간은 건물이 많은 기능을 가질수록 형체가 커지는 데 비해 중국의 전통건축은 거대한 건물이라 하더라도 단위건축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즉 각각 독립된 단위건축이 마당을 통해 서로 연계되고, 이것이 집합되어 거대한 건축물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 폐쇄된 공간을 서로 연계하는 것은 중앙의 공허부 즉 건물로 둘러싸인 중정(中庭) 이다.

저자는 중국 주택과 우리 전통주택을 비교하면서 우리 주택이 자연적인 지형이나 기후 등 주변여건에 순응적인 데 비해 중국 주택은 유가나 도가사상의 원칙에 철저한 공간배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원칙은 소규모 주택에서부터 도시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현재 중국 사람들은 이런 전통가옥에서 어떻게 변화한 집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의식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는 전통 주거문화를 분석하는 것보다 더 적절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저자가 7년 넘게 공들여 저술한 책의 가치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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