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수산리 벽화무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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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륙으로 뻗어나간 우리 민족의 웅건한 기상을 보여주는 '특별기획전 고구려!-평양에서 온 무덤벽화와 유물전'(3월 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특별전시장.02-3443-2511)이 전문가들로부터 고구려 문화의 알짜를 모은 교육적인 전시회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물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고구려인들의 삶과 정신세계를 지상 갤러리로 살펴본다.

'수산리 벽화무덤'은 힘이 넘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그림 솜씨가 뛰어나 고구려의 화풍을 응축한 보기로 첫 손 꼽힌다. 명주실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선으로 묘사한 아름다운 자태의 여자 인물화가 특히 눈길을 끄는데 이 그림은 고구려인들의 옷차림을 알려주는 귀중한 역사 자료가 되고 있다.

허리에 띠를 맨 긴 저고리에 색동 주름치마를 입은 맵시 있는 모습이 단정하면서도 활동적이던 고구려 여성들의 기상을 엿보이게 한다. 치마와 저고리 모두 몸에 붙어 간편하면서도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 유연해 보이며, 잘 해지는 부분에 색 천을 달아 실용적이면서도 장식 효과까지 보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 그림이 더 중요한 것은 일본 '다카마스 고분(高松塚)'에도 이와 똑같은 옷차림을 한 미인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5세기 후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산리 벽화무덤'이 7세기의 '다카마스 고분'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또한 당시 고구려와 일본의 관계가 꽤 밀접했음을 밝혀주는 한 증거가 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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