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打' 최경주 11언더파 코스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엘스와 초이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 같았다'.

AP통신은 올시즌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개막전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끝난 뒤 어니 엘스(남아공)와 최경주(33.슈페리어)의 선전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만큼 두 선수의 샷은 신기(神技)에 가까웠다. 중간순위와 네임밸류 때문에 엘스가 먼저 언급되어서 그렇지 경기 내용만 놓고 본다면 최경주가 더 돋보였다. 엘스가 뛰었다면 최경주는 훨훨 난 셈이었다.

최경주는 12일(한국시간)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플랜테이션 코스(파73.6천6백9m)에서 벌어진 3라운드에서 11언더파 62타를 몰아쳐 단독 2위(합계 23언더파)로 뛰어올랐다.

62타는 최경주의 최저타 기록이자 데이비드 듀발(미국)과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세운 코스 레코드를 1타 경신한 것이다. 엘스는 8언더파를 치며 합계 25언더파 1백94타를 기록, 최경주를 두 타차로 제치고 가까스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최경주는 이날 거의 모든 홀에서 버디 기회를 맞았다. 지난해 컴팩 클래식에서 우승할 때처럼 쳤다하면 공이 핀 가까이에 떨어졌고 2~3m 거리의 퍼트는 쏙쏙 컵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3, 4, 5번홀에서 3홀 연속 버디를 잡아낸 최경주는 최고의 컨디션 속에서 전반에만 5타를 줄였다. 그러나 엘스 역시 버디 행진을 계속하며 좀처럼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15번홀(파5.5백6m).

엘스가 14번홀(파4)에서 이글을 잡아 6타 차로 앞서가자 최경주도 뒤질세라 멋진 샷으로 응수했다. 2백5m 거리에서 3번 아이언으로 온그린에 성공한 뒤 약 8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4타차로 따라붙은 것이다. 기세가 오른 최경주는 16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이글 1개, 버디 9개로 3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반면 엘스는 17번홀(파4.4백42m)에서 3번 우드로 티샷한 공이 왼쪽 해저드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해 44홀 무(無)보기 행진을 끝냈다.

최경주와 엘스는 13일 최종 4라운드에서 시즌 첫승을 놓고 한조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최경주는 "겨울 동안 훈련했던 플로리다 잭슨빌의 잔디와 같은 종류인 버뮤다 잔디여서 마음 편하게 경기했다"며 "엘스와 처음으로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게 돼 기쁘다. 우승을 의식하지 않고 한타 한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BS1 TV는 최종 4라운드 경기를 13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할 예정이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