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부산 근성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난 26일 안양 LG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나 다름없는 3-3 무승부를 기록한 프로축구 부산 아이콘스의 김호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말했다.

"지옥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것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아디다스 조별리그 때 선수들이 보여줬던 근성이 살아난 것 같아 더 기쁩니다. "

올 초 부산은 근성의 팀이었다. 아디다스컵때 부산이 거둔 6승 가운데 5승이 역전승이었다. 상대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나면 발동이 걸리는 바람에 '역전의 명수' 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 부산은 한 골을 내주면 두 골을 넣고 (4월1일 부천전.5월2일 울산전) , 두 골을 내주면 세 골을 넣었다 (4월4일 전북전.15일 대전전.18일 부천전) .

정규리그 들어와서도 초반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으나, 본격적인 선두싸움이 시작된 지난달 중반 이후엔 오히려 '뒷심 부족'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안양전과 지난 5일 대전전, 23일 전북전에서 부산은 오히려 선제골을 넣고도 상대의 압박에 밀려 동점골을 내주고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안양전에서 부산은 시작 31분만에 세 골이나 내주며 최악의 전반전을 마쳤다. 홈 팬들의 아우성을 뒤로 하고 돌아온 부산 라커룸에선 비장감이 흘렀다. 김호곤 감독의 말은 짧았다.

"뒤집을 수 있다. 올해 우리가 많이 해보지 않았나. "

후반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와 함께 부산 선수들은 맹수로 변했다. 골키퍼 정유석만 남긴 채 이민성.송종국.윤희준등 수비수들까지 하프라인을 넘어와 공격에 가담했고, 상대가 공을 잡으면 두 명이 달려들었다.

결국 페널티킥으로 2-3 한 점차로 추격한 부산은 종료 1분을 남기고 우성용의 몸을 던지는 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전의 팀' 부산의 부활은 양 팀이 기록한 후반 슈팅수 16 (부산) -2 (안양)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부산 =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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