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봄꽃 … 태화강엔 사계절 축제의 물결이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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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는 해마다 6월 태화강 물축제 때 세계 드래곤보트(Dragon Boat.龍船) 선수권대회를 열고 있다. 자연과 인간, 산업이 공존하는 친환경산업도시임을 알리는 행사다. [송봉근 기자]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 사는 김보민(20·여)씨의 취미는 사진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으레 촬영여행을 나간다. 김씨는 올해 3차례나 울산으로 촬영을 다녀왔다. 태화강변을 끼고 열리는 축제 모습을 찍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태화강변에서 열리는 축제라 연출하지 않은 자연스런 시민들의 표정을 찍을 수 있다”며 “올해는 태화강에서 열리는 고래축제와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축제를 찍었다”고 말했다.

 되살아난 태화강이 울산의 대표적인 축제 장소로 바뀌었다. 사시사철 다양한 주제의 지역 축제가 태화강변을 수놓고 있다.

 태화강에 재첩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2007년부터 매년 1·2월에는 ‘정월대보름 한마음 큰잔치’를 태화강변에서 열기 시작했다. 2만여명의 시민이 태화강에 모여 정월대보름 풍습인 부럼깨기, 소망 쓰기, 어르신을 위한 귀밝이 술마시기 등을 하며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되새긴다. 영남지역 풍물인 연합회도 남사당 놀이마당을 통해 부표놀이, 죽방놀이 등 재주를 보인다. 지름 10m, 높이 20m 짜리 달집을 태우는 장면은 압권이다.

 4월에는 울산의 대표축제 중 하나인 울산고래축제가 태화강변을 수놓는다.

 2011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이 축제는 ‘고래의 꿈, 푸른울산’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시민들은 태화강둔치 광장에 앉아 고래 모형의 술잔을 부딪힌다. 태화루 막걸리를 들이키고 담백한 고래고기 수육도 맛본다.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길이 80m에 이르는 귀신고래 퍼레이드다. 선사시대 옷차림을 한 20명이 1.2㎞ 태화강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길이 12m의 희귀종 귀신고래 모형을 흔들며 태화강 둔치를 걷는다. 고래 배를 타고 태화강으로 나가는‘고래배 경주대회’는 체험해 볼 만한 축제의 꽃이다.

 봄꽃이 피는 5월이면 태화강 둔치는 꽃향기로 뒤덮인다. 둔치에는 꽃 양귀비와 수레 국화, 안개꽃, 금영화, 청보리, 작약, 큰 꽃창포, 왕 원추리 등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 처음 열린 이 봄꽃축제의 부대행사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태화강변을 따라 포토존이 만들어지고 야생화전시회와 생활원예 콘테스트, 꽃 작품 전시회, 쪽빛 태화강 가꾸기 그림·글짓기 대회가 잇따라 펼쳐진다.

 태화강 십리대밭에서 열리는 죽로차 시음회와 바람개비 만들기,페이스 페인팅 등의 체험행사도 태화강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6월엔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가 열린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미술제에는 국내외 100여명의 작가들이 태화강변에서 50여점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그림이 아니라 입체적인 조형물과 예술 퍼포먼스로 행사는 꾸려진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1월에는 태화강생태문화한마당 행사가 태화강변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는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의 상징물인 연어 모양 탁본 뜨기와 미꾸라지 옮기기, 물고기 종이접기, 물고기 모형 낚시체험 등으로 꾸며진다.

 태화강에 사는 동·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태화강 물고기 전시회와 태화강 철새 홍보관이 행사의 즐거움을 더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축제다”며 “태화강을 상징하는 관광상품으로 가꾸기 위해 올해로 5회째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매년 석가탄신일에는 울산지역 사찰에서 내건 연등을 태화강에서 만날 수 있다. 또 11월엔 인권마라톤 대회와 지역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이 모여 장기자랑을 하며 추억을 만드는 울산산업문화축제도 매년 10월 태화강변에서 만날 수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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