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백내장수술보다 못한 수가…" 노 회장 발언에 수의사 '발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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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저수가 문제를 꼬집은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의 언급에 대해 수의사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노 회장이 해명에 나섰으나, 수의사들의 반발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

노 회장은 지난 8일 “전국의 수의사 선생님들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노 회장은 “비현실적인 저수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편 중 하나로 어느 안과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했다”며 “그런데 원 취지와 다르게 마치 의사들이 수의사 선생님들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왜곡되어 전달이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결과 일부 수의사 선생님들이 의사들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저는 사과를 요구받기도 했다”며 “귀한 생명을 책임지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관계인데 이러한 오해와 비난을 받게 돼 유감스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문제가 된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서 노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안과의사의 말을 인용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개업한 어느 안과의사가 노 회장에게 "‘개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없냐"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는 것.

이어 노 회장은 “캐나다에서 개 백내장수술을 시키는데 8천불(우리돈 1천만원)이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고도로 숙련된 안과 전문의가 1억원의 고가장비를 들여 사람의 백내장을 수술할 때, 76만원을 받는다”고 개와 사람의 백내장 수술비를 비교했다.

백내장 수술을 위해 6~8년의 의과대학과정과 1년의 인턴과정, 4년의 전공의 과정을 거친 의사에게 강아지 치료보다 더 나은 대가가 주어지는 게 정당하다는 것.

이러한 노 회장에 글에 일부 수의사들은 “동물의 진료비가 사람보다는 싸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우습다”, “의사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 보잘 것 없는 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수의사보다 적게 받아선 안 된다는 말인가”, “의사가 얼마나 고귀한 직업이기에 수의사가 받는 수가보다 적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등 노 회장의 언급과 그에 동의하는 의사들에 대해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더불어 ‘의협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의사들이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사과인가”, “수의사를 폄하하려는 글이 아닌데, 수의사들이 잘못 이해한 거다”라는 등의 댓글을 달며 페이스북 상에서 수의사와 의사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만평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관광 세일즈, 한국으로 오세요! 개 진료비 보다 싸요~'라는 제목의 이 만평에는 "사람 진찰비보다 강아지 진찰비가 더 비싼 의료현실, 웃기지만 슬픈 우리의 현실입니다"라는 내용이 실려있다.

이러한 내용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수의사들은 해당 만평과 노 회장의 관련 글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수의사들의 반발이 의사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자 노 회장은 해명에 나섰으나, 사람과 동물의 수가 비교로 불거진 의사와 수의사 간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 페이스북에 올라 온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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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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