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노래 반미 논란 … 싸이 “가사 부적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2002년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서 효순·미선양 사건 가해 미군들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항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싸이. [유튜브 캡처]

가수 싸이(35·본명 박재상)가 8년 전 노래로 ‘반미(反美)’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 연예매체 미디어아이트는 7일(현지시간) 싸이가 2004년 ‘이라크인을 고문하고 죽이는 미군과 그 가족을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이자’는 내용의 랩을 반미집회에서 여러 차례 불렀다고 보도했다. 2002년엔 주한미군 반대집회에서 미군 장갑차 모형을 집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인용한 보도가 미 신문·방송으로 퍼져나가면서 논란이 커졌다. 싸이 측은 자료를 내고 “8년 전 불렀던 노래는 전 세계에 반전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터진 이라크 전쟁과, 한국 소녀 두 명의 죽음(주한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 양 사건을 뜻함)에 깊이 감정적으로 반응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동적인, 부적절한 언어를 썼던 것에 대해 깊이 후회(regret)하고 있다. 내가 쓴 단어들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싸이가 모형 장갑차를 부순 퍼포먼스를 펼친 건 주한미군 반대집회가 아닌 ‘2002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무대에서였다. ‘효순·미선양 사건’ 가해 미군들에 내려진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뜻에서였다. 싸이는 그 해 9월 범국민 추모공연 ‘미선이와 효순이의 아리랑’에도 참석했다.

 당시 미군은 사건 초반 가해 군인들을 감싸며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고, 결국 가해자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공연(퍼포먼스)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게 아니라 ‘과도한 단어’를 사용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싸이는 당시 아티스트로서 입장을 표현한 것이다. 해당 노래가 미국 일반에 대한 얘기가 아니란 점을 당당히 밝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이번 논란이 싸이의 향후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싸이는 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가족 등이 참석하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에 예정대로 참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