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심의를 고의로 천연시킬 수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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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6년도 예산안심의는 이미 법정기일을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답보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본란에서 여하한 일이있더라도 예산심의는 철저를 기해야하며 경솔한 조처가 있어서는 아니되겠다는 것을 경고한바 있다. 그러나 국회의 심의태도를 관찰해 온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간언을 하지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그것은 국회의 심의태도가 현저하게 충실치않은 면을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우리가 심의의 철저를 기할것을 요청한 것은 예산안의 내용 그자체이었다는 것은 더말 할 필요가 없다. 이번국회는 문자 그대로 예산국회인 것으로, 66년도의 나라살림살이를 계수적으로 계획할 것을 그 사명으로하고 있다. 그러므로 심의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이와같은 재정학적인 원리를 이탈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는 국회의 심의태도는 분명히 이와같은 원리적인 면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인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산안심의에 있어서는 각종의 잡다한 주변적문제와 전제적사실들이 수반된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므로 심의의 과정에서 이와같은 것이 논의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주변적인 문제나 전제적사실들이 논의되기위해서 예산심의가 무한정 관심의 권외에 방치되어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원래 국회의 임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안의 심의라는 것은 이미 주지되어 있는바와 같다. 그러므로 만약 국회가 예산보다 다른문제의 논의에 더욱 깊은관심을 경주하고, 원래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가 지금 중대한 관심을 경주하고 있는 사실들도 물론 충분한 토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당이나 정부측이 좀 더 반성을 요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예산안의 심의가 법정기일을 무제한히 도과해서도 좋다고 할수 있을 것인가. 궁극적으로 이와같이하여 예산이 신중치못한 의결을 보게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보다 더 큰 정치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확실히 이것은 국회의원들의 치명적인 책임문제가 되는 것이다.
법정기일 그 자체는 그것이 훈시규정적인것이기 때문에 다소의 위배가 있어도 크게 문제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하여 무제한한 천연이 허용될 수는 없는 것이고, 더구나 그와같이 천연되는 동안에도 신중한 토의를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국민들로서도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겠다. 현재의 국회태도는 바로 이 점에 있어 반성을 요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타의 중요의제에 관한한 국회는 예산심의를 종결하고 난 후에도 다시 논의를 계속할 수있을 것이다. 그것이 책임이 있는 태도이며, 건설적인 조처라고 생각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야당측이 주장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도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만 우리가 말하려는것은 사물의 본말을 확실히 인식해달라고 할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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