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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앨범(1)>남서풍의 경치 속엔 숨막히는 정적|열차속 냄새로 행선지느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홍콩]의 구룡역에 호역서 열차로 50분 달리면 나으면 여기서 내려 잠시 걸다리 하나가 나온다.
이 다리가 바로 [죽의 장막]속에 칩거하는 중공과 자유세계를 갈라놓은 역사적인 경계선. 다시 이 다리를 건너면 중공측의 심천역이고 심천은 광동으로 연결된다. 세상 사람들은 심천강을 가로지른 이름없는 이 다리를 [불귀의 다리]라고 부른다.
그러나 중공측으르 보면 자유항[홍콩]으로 통하는 이 다리야말로 바깥 세계로 트인 유일한 숨구멍.
구룡의 환락가를 떠난 열차가 다음 역인 유마지를 지나면 차창으로 풍겨드는 대기의 냄새부터 달라진다. [홍콩]의 짙은 향수냄새는 사라지고 장마철 습기찬 창고에 들어설 때 물씬 풍겨 나오는, 그런 숨막히는 중국냄새가 벌써 열차의 행선지를 알리는 것이다.
나호역을 하나 앞둔 상수역에서 일반인들은 모두하차. [택시]를 잡아타고 15분 달려 중공의 산하와 마을들을 한눈에 굽어보는 늑마주의 동산을 오른다.
육안으로 보이는 중공쪽의 마을들은 격전촌, 황강촌 그리고 강하촌 부드러운 산을 배경으로 한 그 모습은 멀리서 보기엔 남화풍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망원경으로 바짝 가까이 들여다보면 마을은 [죽음의 마을]처럼 움직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저기 건너다보는 강하촌 태생인 82세의 한 노파는 늑마주의 언덕배기에서 [냉전]을 생업으로 관광객들의 총애(?)를 받고있다.
달갑지 않은 [모델]이지만 [저쪽은 싫고 이쪽이 좋다]는 자못 반공적인 발언의 댓가로 지불하는 [모델]료가 평균 1[홍콩·달러]-이 수입으로 한 사람의 가족도 없는 이 노파는 움막집의 셋방서 그저 인생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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