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패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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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재 미국의 도시는 두 가지 경향 때문에 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인종 차별이 적기 때문에 흑인들이 밀려드는 것이요. 또 하나는 농촌의 기계화에 따라가지 못 해서 농토를 팔고 이주하는 백인들 때문이다.
흑인들이 특히 많이 집결하는 곳은 북부의 큰 도시이지만 백인들은 대·중·소를 막론하고 도시로 몰려드는 것이다.
흑인들의 이주 이유는 너무나 잘 알려졌기 때문에 본란에서는 백인농부들의 이농상황의 일단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우리 기자일행 (미 국무성에서 초청 받고 도미 중인)은 미 중서부의 한 농장을 구경한 일이 있다.
우리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은 미국표준으로 중농 이상이 되고 수경법 (영양소를 용해한 물을 흙에 대용하는 야채 재배법)을 자랑삼아 보여준다고 우리를 초대하였다. 그의 경작농토는 5백60「에이커」(우리면적으로 68만 5천 4백 40평)인데 이 넓은 땅을 한창 바쁠 때는 따로 한사람을 더 부리지만 보통혼자서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발달된 농작기계에 힘입는 것인데 비싼 인건비를 생각하면 고가인 기계에 투자하는 것이 싸 다는 것이다. 사람의 머리가 발달함에 따라 농기계도 복잡하게되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치운다.
그래서 농촌에 가보면 농업이라기보다는 공업이 병행하는 농공업(?)이라는 인상을 더 갖게되고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이 밖에도 시비법과 경작법이 날로 발달해서 평당 생산량이 증가일로라는 것이다.
직접 목격했지만 그 농부는 수확한 옥수수의 크기가 전의 것에 비해서 두 배 이상이었고 옥수수의 알맹이 크기도 굉장히 큰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으로 낙관 할 수 없는 것이 미국 농촌의 실정이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잉여 농산물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산물 유지가격이라는 정부 보조도 받으면서 이 꼴이니 기가 찰 노릇이라는 것이다.
미국에 와서 놀란 것은 우리가 보기에 아까운 땅을 그냥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 북부에서 평가되고있는 중농은 4백50「에이커」이상이며 3백「에이커」(36만 7천 2백평) 미만을 가진 농부는 도저히 배겨 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농의 농토독점은 미국의 다른 기업처럼 더 심해 가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소농들은 보따리를 싸 가지고 손해를 덜 보는 도시의 직장을 찾아간다. 같은 노동을 해도 속은 덜 상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한 주간 잡지는 벽촌에서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의 근면한 모습을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 농촌의 모습을 비추어 볼 때 보다 큰 그림자가 현재 덮여가고 있다는 것과는 동떨어진 잠꼬대 같은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홍용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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