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날아간 눈물의 14승

중앙일보

입력

'딱' 둔탁한 타구음을 내면서 날아간 타구는 긴 호를 그리며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2-0의 리드를 지키러 나온 LA 다저스의 구원투수 제시 오로스코는 고개를 숙였고 루이스 곤잘레스는 주먹을 불끈쥐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투런 홈런.

박찬호의 7이닝 무실점의 호투는 물거품이 됐고 14승은 날아갔다. 그러나 뒤늦게 터진 숀 그린의 홈런으로 팀의 6연패는 면했다.

2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7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호투를 펼쳤으나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1회초 리그홈런 2위인 루이스 곤잘레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상쾌한 출발을 보인 박찬호는 3회초 연속안타로 1사 1루와 2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벨트레의 호수비로 위기에서 탈출, 호투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저스 타선도 리그가 재개된 이후 심각한 부진을 보였으나 1회말 공격에서 숀 그린의 3루타로 선취점을 얻었고 6회말 채드 크루터의 솔로 홈런으로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1회말 공격에서 2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1점을 얻는데 그쳤고 6회말에도 1사 1루와 2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또한 7회부터 11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내며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으나 집중력 빈곤으로 힘든 경기를 치뤘다. 다저스가 만들어낸 잔루는 16개. 반면 다이아몬드백스는 박찬호에게 7회까지 산발 4안타로 봉쇄당했으나 투수가 바뀌자 한 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은 마무리와 불펜을 총동원하며 사투를 벌였으나 13회말 그린이 끝내기 솔로 홈런을 쳐내며 힘겨운 승부를 마무리 했다.

한편 많은 관심을 모았던 박찬호와 김병현의 맞대결은 박찬호가 물러난 9회말 김병현이 마운드에 올라 이루어지지 않았다. 2-2동점 상황에서 오른 김병현은 몸에 맞는 볼과 2루타를 허용하며 1사만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토니 워맥의 호수비가 병살로 이어져 위기에서 탈출했고 10회말까지 2이닝을 던졌다.

비록 승리와 세이브를 얻는데는 실패한 박찬호와 김병현이지만 두 선수의 투구는 그간 주변의 비난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고 승리 이상의 값진 의미를 얻었다. 박찬호는 무실점 호투로 인해 방어율이 3.41에서 3.30으로 낮아졌으며 김병현도 3.08에서 3.01로 떨어뜨렸다.

경기의 승리로 다저스는 다이아몬드백스와와의 차이를 3게임으로 줄였으며 와일드카드 선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는 4경기차이를 유지하게 됐다.

승리를 아깝게 놓친 박찬호는 9월 26일 수요일 11시 5분 전통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홈으로 불어들여 14승에 다시 도전한다.

Joins 유효상 기자<chrys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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