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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투신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0일 새벽4시 반쯤 서울 성북구 도봉동 92 난민촌 642호 단칸방에 살던 껌팔이 행상 김치욱(58) 김화자(42)부부가 장충동 영국 아파트에서 강제철거 당한지 이틀만에 네살난 딸 형실양만 남겨두고 동네 공동 우물에 투신 자살했다.
이날 남편 김씨는 평소 장사터이던 을지로 4가에서 리어카를 끌고 자정이 훨씬 지나 집에 도착, 부인이 집에 없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인근주민 10여 명의 협조를 얻어 부인의 행방을 뒤지다가 새벽 4시 반쯤 동네 공동 우물 속에서 부인의 시체를 발견, 『평소 같이 죽자 더니』의 마디를 남기고 부인의 시체가 떠 있는 6척 깊이의 우물 속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인근 주민 이명균(46)씨는 김씨 부부는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했으며 부부의 정의도 두터웠다면서 철거당한 뒤부터는 가난의 설움을 가끔 되씹으며 이렇게 살기보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말해왔다 한다.
을지로 5가 골목길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부인 김씨의 여동생 김신자(39)씨는 이날 상오언니 부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형실양의 장래 걱정으로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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