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차장 야간에 개방 주택가 주차난 숨통 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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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30일부터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된 안산 본오초등학교 주차장. [사진 안산시청]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일대 골목길은 얼마 전까지 밤만 되면 주차장으로 변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차량과 인근 공단을 오가는 화물차량이 밤샘주차를 하면서 생긴 일이다.

 현재 본오동주민센터에 등록된 차량 대수는 모두 3만597대. 그러나 주차 공간은 2만2069대만 수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택가에서 떨어진 도로까지 자동차가 점령했다. 주차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다세대 주택들이 몰려 있는 주거지역의 경우 넘쳐나는 차들로 주차단속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주민 한모(61·여)씨는 “거주자 우선 주차 공간은 한정돼 있다 보니 주차를 한번 하려면 온 동네를 돌아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경기도 안산시가 이 같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대책을 내놨다. 주거지 인근 학교 주차장을 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시는 최근 상록구 본오초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이 학교 주차장을 인근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측이 개방한 공간에는 차량 50대를 세울 수 있다. 학교 주차장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30분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다. 사전에 주민센터와 현장 관리사무실에 사용 신청을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는 차량 안전 등을 위해 7400만원을 들여 본오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관제시스템과 폐쇄회로TV(CCTV), 보안등 등도 설치했다.

 안산시는 내년부터 본오·선부·와동·부곡 등 4개 중학교의 주차장을 추가로 개방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약 200대의 차량이 중학교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안산시는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현재 안산시에 등록된 차량 대수는 26만3744대지만 주차면적은 25만4723면(공단 안 주차장 3만 면 제외)이다. 하지만 이들 주차 공간 대부분이 상업시설 주변에 몰려 있다. 이 바람에 주택가는 차량 2대 중 한 대꼴로 불법 주차를 해야 했다.

 하지만 시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주차 공간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주차 공간 1면 확보에 필요한 예산이 토지매입비 등을 포함해 5000여만원 든다는 게 안산시의 설명이다. 시는 대안으로 학교 주차장을 개방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주차장 개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밤새 주차를 한 뒤 오전에 공간을 비워주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수업 분위기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산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주민들이 주차 시간을 제때 지켜주지 않을 경우 학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오전 출차 시간을 지키지 않는 차량엔 한 차례 위반 시 3개월 이용중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또 학교 주차장에 관리자를 배치할 예정이다. 이용 차량도 주민센터 등에 미리 신청한 차량만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용 대수도 50대로 제한했다. 김철민 안산시장은 “앞으로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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