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파격 행보 … 중국 기대 반 우려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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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지난달 30일 베이징에 있는 에이즈 치료센터를 찾아 HIV(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 보균자와 악수하고 있다. 시 총서기는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와 치료 지원을 약속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빈말은 국가를 그르치고 실행은 나라를 부흥케 한다(空談誤國 實幹興邦).”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취임 후 지난 20일 동안 보여준 통치스타일을 요약한 말이다. 그는 이 말을 지난달 29일 국가박물관에서 열린 ‘부흥의 길(復興之路)’이라는 전람회를 둘러보면서 했다.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행동으로 개혁하겠다는 얘기인데 일각에선 기득권층의 반발 등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지도층 업무 스타일이 달라졌다. 시 총서기는 5일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자 등 각계 전문가 20명을 인민대회당으로 초청해 1시간여 동안 좌담회를 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외국인과 좌담회를 한 것은 처음이다. 외국 전문가들은 중국에 환경보호와 외국과의 학술교류 강화 등을 건의했다. 시 총서기는 “건의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고 중국에 있는 외국인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그는 4일 공산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해 앞으로 정치국원(25명)의 현장 시찰 때 교통통제를 없애고, 화환 진열이나 붉은 카펫 깔기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모든 회의에서 형식적으로 원고를 읽지 말고 문제 해결책을 찾는 토론을 하도록 주문했다.

 소외된 인민을 위한 현장 행정도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시 총서기는 베이징(北京) 시내 에이즈 환자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차별금지와 정부의 지속적인 치료지원을 약속했다. 또 반정부 활동을 할 수도 있는 비정부기구(NGO) 등록을 허용해 이들의 활동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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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인민법원이 4일 네티즌 50여 명에게 법원을 공개하고 이들로부터 사법정의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앞서 왕치산(王岐山) 당 기율위 서기는 3일 민간 반부패 전문가 8명을 만나 부패척결에 대한 조언을 듣는 과정에서 “우선 부패척결 문제점에 대한 비판부터 해 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언론도 이전과 다르다. 신경보(新京報) 등 대부분 신문은 5일 젠(殲)-7 전투기 한 대가 4일 오전 광둥(廣東)성 산토우(汕頭)시 부근에 추락했다는 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 같은 사실은 군 기밀로 분류돼 언론 보도가 금지됐었다. 있는 그대로 보도해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에서는 완곡한 수사(修辭)가 구체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중국은 수차례에 걸쳐 북한에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북한 미사일 발사 때 그는 “한반도 주변 당사자들이 각각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을 지칭하지 않았다. 이 같은 파격적 시진핑 스타일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 인터넷 토론 사이트인 파오왕(泡網)은 지난달 말 “중국의 대표적인 요식업체인 차오장난의 장란(張蘭) 사장이 캐나다 이민을 신청한 것은 최근 개혁 바람과 무관하지 않으며 중국 억만장자 75%가 (개혁이 두려워) 해외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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