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리채]로 시달리는 농촌|전국에 약 250억 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결실의 가을이라 지만, 농촌은 부채의 계절- 집집마다 빚 갚을 걱정에 멍든 중농정책을 한탄하고 있다. 혁명정부에서 시작한 농·어촌 고리채 정리가 아직 꼬리를 달고 있는 이 마당에 1천 5백만 농민은 2백 50억 원의 고리채에 파묻혀 있는가 하면 2백 45만의 농가는 9할 이상이 호당 평균 2만원이 넘는 빚을 짊어지고 발버둥치고 있다. 이것은 풍설이나 소문이 아니고 농림부와 농협이 같이 조사한 숫자이다.
금리 현실화, 예금 증가운동을 떠들어도 농촌은 먼 나라의 얘기로 귀너머 들은 지 오래이고 전국 농가의 95.5퍼센트가 한 푼의 예금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92퍼센트 이상이 집집마다 평균 2만 1천 4백 64원의 빚을 지고 있고, 연 50퍼센트의 이자인 약 2백 50억의 고리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고리채를 쓰고 있는 농가가 부채농가 92% 중 68.8%, 예금을 가지고 있는 농가는 겨우 전체의 4.5%. 그러나 이 예금이 농업 생산을 외면하고 수익률이 높은 고리채자금이 안되면 상업자본으로 틈만 있으면 도시로 진출한다는 것.
농림부와 농협의 공동조사에 의하면 농촌부채의 73.3%가 정부나 신용기관이 아닌 개인고리채로 드러났다.
지방별 농가부채는 곡창 호남평야를 끼고 있는 전북이 호당 3만 4천 4백 50원으로 으뜸이고 다음이 ▲제주의 2만 8천 6백 87원 ▲충남 2만 7천 2백15원 ▲전남 2만 2천 3백 88원 ▲강원 1만 9천 8백 86원 ▲경북 1만 9천 8백 83원 ▲경기 1만 9천 4백 68원 ▲충북 1만 5천 8백 75원 ▲경남 1만 3천 1백 77원의 순위.
햅쌀 출회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국 각지의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쌀값이 떨어져 한숨 돌리는 대도시의 주부들과는 대조적으로 농민들은 "생산가도 안 된다" 고 벌써부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각지의 쌀값은 20일 전에 비해 한 가마에 최저 2백 50원에서 7백원까지 떨어졌다.
[전주] 지난 15일부터 22일 까지는 가마당 3천 7백 50원에 산매됐던 햅쌀 값이 28일에는 6백 50원이 떨어져 3천 1백원으로 거래됐다.
[광주] 한때 가마당 최고 3천 6백원 선까지 솟았던 쌀값이 28일 상오 양동시장에서는 2천 9백원으로 급락했다.
[부산] 28일 부산 시중의 햅쌀 값은 김해 쌀이 도매 한 가마에 3천 1백 50원(호남쌀 3천 1백원), 산매가 3천 5백원으로 거래되고 있어 전 일의 김해 쌀 3천 6백원 보다 1백원이 떨어졌다.
[대구] 햅쌀은 가마당 3천원, 구곡은 지난주보다 2백 50원이 떨어져 3천 2백 50원이다.

<서울 쌀값도 4백원씩이나> 서울에서도 10월 초순에 가마(80킬로들이) 당 3천 6백원 하던 경기미 1등 품이 29일에는 3천 2백원으로 불과 4일만에 4백원이나 떨어졌다.
서울시내의 쌀 시세를 좌우하는 용산역 쌀 입하 량은 29일 상오 중에 1만 5천여 가마로 평상시의 약 8천 가마에 비해 거의 배가 더 들어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