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법 개정이 방첩의 유효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천인 무도한 무장간첩의 도량은 전국민의 새로운 각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북괴가 이와 같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흉악한 간첩들을 침투시키고 있는 이유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우리국민들의 정신과 생활을 교란하고 나아가 새로운 남침의 기회를 마련하자는 데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때에 검·군·경·중앙 정보부 등은 최선의 노력으로 국민들의 생명·재산과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분투해야 할 것은 물론이지만, 일반 국민 역시 사태를 직시하여 수사·정보당국과 만반의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반국민들의 이와 같은 협력은 그것이 단순히 타율적인 협력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우리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방도라는 것. 또한 설명을 요하지 앉는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정부당국은 일반 국민들의 방첩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주민등록법」을 강력하게 개정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주민등록법」의 개정이 과연 방첩체제의 강화에 얼마마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하여 의심이 있다.
지난 26일의 국무회의는 시·도민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관계 관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이를 제시케 하는 한편 주민등록제도를 강화하여 거주지 밖에서 기숙할 때는 반드시 관계기관에 신고하게 하는 강제규정을 넣도록 「주민등록법」을 개정하자는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결정을 본 뒤 법제처장은 『시· 도민증의 휴대, 주민등록·유숙 자신고 등에 강제규정을 넣고 벌칙을 강화한다면 국민들에게는 불편 할 것이나 간첩 침투봉쇄의 긴급성에 비추어 국민들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 고 주역 했다는 것이다.
간첩 침투 봉쇄에 유효 한 것이라면 국민들이 어느 정도의 불편을 참아 가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와 같은 조처가 과연 간첩 침투 봉쇄책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도민증의 휴대는 현재도 이것을 실시 중에 있는 것이고 유숙자 신고제는 과거에 이것을, 실시해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시·도민증의 불휴대, 유숙자 신고의 해이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침투간첩을 체포한 사실이 있었던가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남한에 침투하는 간첩들은 지금 무기를 가지고 살륙의 저항을 거침없이 저지르고 있다. 시·도 민증이나 유숙계 정도를 가지고 그들을 봉쇄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우원한 일이 아니겠는가. 적들은 그러한 정도의 장애물을 돌파하는데 곤란을 느끼는 인물들이 아니다. 시· 도민증이나 유숙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신 그 번문욕례로 말미암아 일반국민들만 괴롭히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다면 이것은 다시 한번 연구해볼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도민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은 좋다. 법적 근거가 없으면 시·도민증의 휴대는 강요 될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이 강요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된다는 것은 법치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라 하셨다. 그러한 의미에서 「주민등록법」을 개정하여 이러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것은 하등 반대의 여지가 없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주민등록법」의 개정이 국무회의가 생각하는바와 같은 성과를 거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것이 검·군·경·중앙 정보부 등의 과학적이며 강력한 대책에 기대하는 것만 같지 못 하다는 것을 말해두고자 할 따름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