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이제 신나게 달려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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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아침,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워싱턴州 레드먼드에 주둔한 이 컴퓨터광들을 끝없이 물고 늘어지던 연방정부 관리들은 이렇게 말했다.

“反경쟁적이고 독점적인 당신네 회사를 둘로 나누려던 계획은 이제 물건너갔다.” 몇분 후 美 연방 법무부는 “분할 추진을 포기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MS건의 미해결 의제인, MS가 불법적으로 브라우저를 운영체제에 끼워 팔았다는 혐의도 더 이상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라면 MS 사옥 단지에서 파티를 벌일 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폭죽을 터뜨린 사람은 없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분할 명령을 너무나 황당한 판결로 여겨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항소법원이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의 판결을 뒤집자 MS측은 분사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시 정부가 마침내 항복하는가를 두고 경쟁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반면, MS의 변호인단은 질질 끌어온 싸움이 마침내 최종전에 돌입한다는 신호로 보았다.

그러나 양측이 신속히 합의를 보리라고는 기대하지 말라. 연방정부가 입장을 명백히 했고, 똑같은 소송을 냈던 18개 州정부도 빌 게이츠의 회사를 두동강내겠다던 꿈을 돌연 포기한 지금 이 소송에서 진짜 남은 문제는 시정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시정 조건과 이행 방법은 다음 10년간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 양상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 MS의 제품과 사업 방식을 결정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MS의 적들은 정부가 MS를 두동강내려던 계획을 폐기한 사실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다. “정말 충격을 받았다”고 한 경쟁업체 인사는 말했다. 적어도 일부 인사들은 부시 정부가 최고의 흥정 무기를 포기했다고 본다.

회의적인 사람들은 부시-체니 취임 기금으로 바친 10만달러 같은 ‘부수적인 헌금’ 외에 MS가 상당한 금액을 로비(1999∼2000년 선거 운동에 대략 5백만달러 기부)에 썼다는 사실에 의혹을 던졌다.

백악관은 그 결정에 관여했음을 부인했지만, MS와 정부 간의 모든 접촉을 서류로 제출할 것을 요구한 하원 법사위원회의 존 코니어스 의원(민주·미시간州)은 그 정도로 납득할 수 없었다.

反독점 진영은 그저 현실에 직면했을 뿐일 것이다. 항소법원은 분사에 별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때부터 힘든 싸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아이오와州의 톰 밀러 검찰총장은 말했다. 정부가 MS를 두 회사로 나누려던 ‘환상 속의 계획’을 정말로 밀어붙이려 했다면 엄청난 규모의 증인단과 시간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 선택된 지방 판사 콜린 콜러 켈리가 설득당했다 해도 MS는 간단히 더 우호적인 법정으로 소송을 옮겼을 것이다.

항소법원은 끼워 팔기 혐의에 대해서도 ‘묶어 팔기가 경쟁업체들에 해를 끼쳤는지’ 여부가 아니라 ‘합당한 것인지’를 결정하는 덜 엄격한 기준으로 정의해 이 독점기업을 봐줬다. 편의를 위해 연방정부와 州 정부들은 이미 확보된 부분, 즉 (잭슨 판사의 판결 중 번복되지 않은 부분이자 항소법원 판사들이 강력히 지지한) MS가 경쟁자들을 때려잡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빼앗고자 독점적 지위를 불법 남용했다는 주장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은 초점과 타이밍의 문제다. “지금 상황을 보라. 7년이 흘렀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한 법무부 관리는 말했다. “계속 손해를 보고 있다면 우리는 그걸 막고 싶다. 그래서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한다.”

사태의 시급함에 따라 정부는 ‘파괴자 MS’의 다음 행보로 여겨지는 새 운영체제 윈도 XP에 출시 금지 명령을 내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좋은 홍보전이기도 했다. 윈도 XP는 MS의 사업계획과 단기적인 경제적 성공의 중심에 자리할 뿐 아니라 전체 하이테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프로그램은 윈도에 기능을 추가하고 신뢰성을 높였으며 디자인 면에서도 새 단장을 했다. 또 엄청난 디스크 용량과 메모리를 필요로 하며 침체된 컴퓨터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MS는 자정 세일 및 롤링스톤스의 음악과 함께 소개됐던 윈도 95의 대대적인 출시 광고마저 우습게 보이게 할 2억달러짜리 광고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말 MS는 XP 디스크를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전달하는 행사를 단조로운 업무의 연장이 아니라 축제 분위기의 언론 보도용 행사로 바꿔놓았다. 기진맥진한 프로그래머들(그 중 일부는 코드를 맞추느라 밤을 꼬박 새웠고 한명은 부인이 아기를 출산하는 바람에 자리를 떴다가 곧 돌아왔다)은 빌 게이츠가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With Adam Rogers in Washington, D.C., and Brad Stone
in San Francisco
Steven Lev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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